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19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9일(月)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네”… 茶山이 아내에 바치는 ‘回婚詩’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에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그 위에 그려 딸에게 보낸 ‘화조도’. 고려대박물관 소장
■‘일편단심’ 정약용

부인이 보내온 비단 치마 재단
하피첩 4첩 제작, 부부애 담아


다산 정약용은 조선 후기 정조에게 신임을 받았던 실학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5세에 풍산 홍씨 홍혜완과 결혼하여 6남 3녀를 낳았으나, 결국 2남 1녀만 장성하였다. 다산은 장기, 강진 등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다가 1808년 다산 초당으로 거처를 옮겨 1818년 해배될 때까지 유배지에서 10년을 살았다. 유배 당시 정약용은 40세, 첫째아들 학연은 19세, 둘째 아들 학유는 16세, 막내딸은 9세로 어린 나이였다.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부인이 보내온 비단 치마를 재단하여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당부의 말을 적어 서첩 형태로 줬고, 딸에게는 작은 화축 크기로 매조도(梅鳥圖)를 그려 주었다. ‘하피(霞)’는 노을빛 치마를 뜻하는 말로 부인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비단 치마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피첩’의 내용은 모두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있는 동암(東庵)에서 저술한 것으로, 여유당전서에 실려 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경기도 마현에 있는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을 적은 것이다.

제1첩은 집안의 화목과 함께 가문이 번성하기 위해 애써야 할 일, 제2첩은 자아의 확립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제3첩은 아들에게 학문의 뜻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당부하는 글이 담겨 있다. 그중 1810년 7월에 쓴 제1첩의 서문은 ‘하피첩’이 만들어지게 된 사연과 두 아들이 이 글을 접하고 감회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가 강진에 유배된 지 여러 해 지났을 때, 부인 홍씨가 헌 치마 6폭을 보내왔다. 세월이 오래돼 홍색이 바래 가위질하여 4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사용한 나머지를 작은 축으로 만들어 딸아이에게 전한다.”

정약용은 아내의 비단 치마를 재단하여 1813년 7월 14일 시집간 딸을 위해 매화 가지 위에 한 쌍의 새가 앉은 ‘매조도’를 그렸다. ‘하피첩’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3첩이 알려져 있지만, 발문에 의하면 총 4첩이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훨훨 새가 날아 내 뜰 매화에 앉았네./ 그 향기 짙어 반갑게 찾아왔구나./ 여기 머물고 깃들여 가정 즐겁게 이루렴./ 꽃이 이미 만발하니 열매도 탐스럽겠네.”

다산은 1818년 57세에 유배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남양주 마현에서 여생을 보냈다. 비록 다산의 유배 생활로 부인과 18년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나이 15세 때 아내와 결혼하여 만 60년을 함께 살았다.

다산은 회혼일을 3일 앞둔 1838년 2월 19일 병중에 아내에게 ‘회근시(回근詩)’를 바치고, 회혼일 아침 고향집에서 별세했다. 그 후 2년, 다산의 부인인 홍혜완은 마현 집 뒤의 언덕에 남편과 함께 묻혔다.

“육십 년 세월 눈 깜빡할 사이 날아갔는데도 화사한 복사꽃 봄 정취는 신혼 때 같구려. 살아 이별하고 죽어 헤어짐이 늙음을 재촉했지만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오. 이 밤 난사(蘭詞) 소리 더욱 좋고, 옛날 하피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았구려. 나뉘었다 다시 합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 모습이니 한 쌍의 합환주 잔 남겨 자손에게 물려줍시다.” 정약용은 자신의 시에서 “옛날 하피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았구려”라는 구절을 통해 부인이 유배지에 보내준 비단 치마가 18년의 이별과 그 후 여생 동안 부부를 단단하게 묶어준 변함없는 사랑의 상징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산이 부인과 가족애를 담아 부인의 노을빛 치마에 남긴 먹 자국은 지금까지도 그 빛이 바래지 않고 더욱 선명하기만 하다.

정은주 선임연구원
[ 많이 본 기사 ]
▶ “여성, 특정 손가락에 ‘성적 취향’ 숨겨져 있다”
▶ ‘의처증’ 30대, 아내와 불륜 의심 사촌처남 살해
▶ “트럼프 앞에서 켈리-볼턴 ‘욕설·고성’ 말다툼”
▶ 중국인 ‘때 밀어주는 사람’ 목욕탕 점령한 이유
▶ “中, 숨겨진 부채 6500조원… 침몰 위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여성은 특정 손가락의 길이 차이로 성적 취향(sexuality)을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에식스(Essex) 대학의 튜스데이 워츠..
mark‘의처증’ 30대, 아내와 불륜 의심 사촌처남 살해
mark“트럼프 앞에서 켈리-볼턴 ‘욕설·고성’ 말다툼”
트럼프 화형, 매티스·볼턴 교수형…度넘은 ‘反美시..
중국인 ‘때 밀어주는 사람’ 목욕탕 점령한 이유
[속보]대전 관저다목적체육관 신축 공사장서 불…..
line
special news 아역배우 박상훈, 1000:1 경쟁률 뚫고 영화 ‘귀수..
아역배우 박상훈이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귀수’(가제, 감독 리건·배급CJ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

line
“文정부, 正義 이름 아래 정의 부수고 平和 이름 아..
세습하고 챙겨주고… 그들만의 채용놀이터 된 ‘神의..
교황청, 訪北 언급않고 ‘신중’…평양行까지 ‘넘어야..
photo_news
배우 김정태, 간암으로 ‘황후의 품격’ 하차
photo_news
“악성루머 더 이상 좌시않겠다”… 뿔난 스타들..
line
[북리뷰]
illust
빗나간 욕망이 부른 참극…옛날에도 지금과 같더라
[인터넷 유머]
mark지혜로운 말 한마디 mark헌혈 못하는 이유
topnew_title
number 北 ‘종전선언 → 유엔司 해체’ 의도 공개적으..
“내년 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올 것… 지식인..
양현석, 염문설 지라시에 “명예훼손으로 고..
마크롱에게 “나쁜짓 안할게요” 다짐 청년, 3..
글루텐·커피, 먹어? 말어?… 헷갈리게 하는 ..
hot_photo
10살 차는 가볍게…연상연하 커..
hot_photo
3억짜리 시계
hot_photo
김지수, 술 취한 상태로 인터뷰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