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2.11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9일(月)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네”… 茶山이 아내에 바치는 ‘回婚詩’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에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그 위에 그려 딸에게 보낸 ‘화조도’. 고려대박물관 소장
■‘일편단심’ 정약용

부인이 보내온 비단 치마 재단
하피첩 4첩 제작, 부부애 담아


다산 정약용은 조선 후기 정조에게 신임을 받았던 실학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5세에 풍산 홍씨 홍혜완과 결혼하여 6남 3녀를 낳았으나, 결국 2남 1녀만 장성하였다. 다산은 장기, 강진 등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다가 1808년 다산 초당으로 거처를 옮겨 1818년 해배될 때까지 유배지에서 10년을 살았다. 유배 당시 정약용은 40세, 첫째아들 학연은 19세, 둘째 아들 학유는 16세, 막내딸은 9세로 어린 나이였다.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부인이 보내온 비단 치마를 재단하여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당부의 말을 적어 서첩 형태로 줬고, 딸에게는 작은 화축 크기로 매조도(梅鳥圖)를 그려 주었다. ‘하피(霞)’는 노을빛 치마를 뜻하는 말로 부인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비단 치마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피첩’의 내용은 모두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있는 동암(東庵)에서 저술한 것으로, 여유당전서에 실려 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경기도 마현에 있는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을 적은 것이다.

제1첩은 집안의 화목과 함께 가문이 번성하기 위해 애써야 할 일, 제2첩은 자아의 확립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제3첩은 아들에게 학문의 뜻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당부하는 글이 담겨 있다. 그중 1810년 7월에 쓴 제1첩의 서문은 ‘하피첩’이 만들어지게 된 사연과 두 아들이 이 글을 접하고 감회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가 강진에 유배된 지 여러 해 지났을 때, 부인 홍씨가 헌 치마 6폭을 보내왔다. 세월이 오래돼 홍색이 바래 가위질하여 4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사용한 나머지를 작은 축으로 만들어 딸아이에게 전한다.”

정약용은 아내의 비단 치마를 재단하여 1813년 7월 14일 시집간 딸을 위해 매화 가지 위에 한 쌍의 새가 앉은 ‘매조도’를 그렸다. ‘하피첩’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3첩이 알려져 있지만, 발문에 의하면 총 4첩이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훨훨 새가 날아 내 뜰 매화에 앉았네./ 그 향기 짙어 반갑게 찾아왔구나./ 여기 머물고 깃들여 가정 즐겁게 이루렴./ 꽃이 이미 만발하니 열매도 탐스럽겠네.”

다산은 1818년 57세에 유배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남양주 마현에서 여생을 보냈다. 비록 다산의 유배 생활로 부인과 18년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나이 15세 때 아내와 결혼하여 만 60년을 함께 살았다.

다산은 회혼일을 3일 앞둔 1838년 2월 19일 병중에 아내에게 ‘회근시(回근詩)’를 바치고, 회혼일 아침 고향집에서 별세했다. 그 후 2년, 다산의 부인인 홍혜완은 마현 집 뒤의 언덕에 남편과 함께 묻혔다.

“육십 년 세월 눈 깜빡할 사이 날아갔는데도 화사한 복사꽃 봄 정취는 신혼 때 같구려. 살아 이별하고 죽어 헤어짐이 늙음을 재촉했지만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오. 이 밤 난사(蘭詞) 소리 더욱 좋고, 옛날 하피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았구려. 나뉘었다 다시 합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 모습이니 한 쌍의 합환주 잔 남겨 자손에게 물려줍시다.” 정약용은 자신의 시에서 “옛날 하피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았구려”라는 구절을 통해 부인이 유배지에 보내준 비단 치마가 18년의 이별과 그 후 여생 동안 부부를 단단하게 묶어준 변함없는 사랑의 상징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산이 부인과 가족애를 담아 부인의 노을빛 치마에 남긴 먹 자국은 지금까지도 그 빛이 바래지 않고 더욱 선명하기만 하다.

정은주 선임연구원
[ 많이 본 기사 ]
▶ “현역 군인은 한 사람도 조문하러 안 와”
▶ 20代 틈서도 빛난 ‘40代 S라인’…“몸짱은 땀의 선물”
▶ 전 女축구대표팀 선수 비밀 침실서 성폭행 폭로
▶ 대통령 ‘不法’낙인→ 檢 표적·과잉수사→ 해당조직 치명상
▶ 직원이 떠주던 코스요리… 이젠 손님에게 “직접 떠 드세요..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故 이재수 前기무사령관 안장 빈소·광화문분향소에 조문행렬 아들 “줄 건 명예뿐이라 했는데”“아버지의 선택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11일..
mark전 女축구대표팀 선수 비밀 침실서 성폭행 폭로
mark“金 당선땐 원심력 커질수도… 羅 당선땐 당좌표 右클릭”
드루킹 “노회찬 자살 조작 확신…文정권판 카슈끄..
엘리트 스타 정치인 나경원, 한국당 첫 여성 원내대..
檢, 왜 유독 ‘혜경궁 김씨’만 경찰 기소의견 뒤집었..
line
special news 美 정가 발칵 뒤집은 ‘러시아 女스파이’, 유죄 인..
검·변호인, 형량 조정 합의…풀려나면 러시아로 추방될 듯 미국 정가에 ‘러시아 스파이’ 논란을 불러일으..

line
수돗물 비강세척 60대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사망
직원이 떠주던 코스요리… 이젠 손님에게 “직접 떠..
대통령 ‘不法’낙인→ 檢 표적·과잉수사→ 해당조직..
photo_news
‘당대 최고 포수’ 양의지, 125억원에 NC행
photo_news
20代 틈서도 빛난 ‘40代 S라인’…“몸짱은 땀의..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낯선 남자들의 체취 품는 환락가 일상… 화려한 서울 뒷면 그..
[인터넷 유머]
mark아빠의 재치 mark부처님의 국적
topnew_title
number ‘PC방 살인’ 김성수, 피해자 80차례 찔러…심..
‘스쿨 미투’ 고교 교사 아파트 화단서 숨진 ..
“왜 바람피워” 옛 애인 승용차로 들이받아 살..
‘양주~수원’ GTX, 이르면 2021년 말 착공
사전계약 2만506대… ‘팰리세이드’ 화려한 질..
hot_photo
“얼음이 땅에서 솟아 올라요”…제..
hot_photo
나사 “베누 소행성에 촉촉한 진흙..
hot_photo
미스 유니버스 싱가포르 대표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