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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9일(月)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네”… 茶山이 아내에 바치는 ‘回婚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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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에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그 위에 그려 딸에게 보낸 ‘화조도’. 고려대박물관 소장
■‘일편단심’ 정약용

부인이 보내온 비단 치마 재단
하피첩 4첩 제작, 부부애 담아


다산 정약용은 조선 후기 정조에게 신임을 받았던 실학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5세에 풍산 홍씨 홍혜완과 결혼하여 6남 3녀를 낳았으나, 결국 2남 1녀만 장성하였다. 다산은 장기, 강진 등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다가 1808년 다산 초당으로 거처를 옮겨 1818년 해배될 때까지 유배지에서 10년을 살았다. 유배 당시 정약용은 40세, 첫째아들 학연은 19세, 둘째 아들 학유는 16세, 막내딸은 9세로 어린 나이였다.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부인이 보내온 비단 치마를 재단하여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당부의 말을 적어 서첩 형태로 줬고, 딸에게는 작은 화축 크기로 매조도(梅鳥圖)를 그려 주었다. ‘하피(霞)’는 노을빛 치마를 뜻하는 말로 부인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비단 치마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피첩’의 내용은 모두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있는 동암(東庵)에서 저술한 것으로, 여유당전서에 실려 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경기도 마현에 있는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을 적은 것이다.

제1첩은 집안의 화목과 함께 가문이 번성하기 위해 애써야 할 일, 제2첩은 자아의 확립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제3첩은 아들에게 학문의 뜻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당부하는 글이 담겨 있다. 그중 1810년 7월에 쓴 제1첩의 서문은 ‘하피첩’이 만들어지게 된 사연과 두 아들이 이 글을 접하고 감회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가 강진에 유배된 지 여러 해 지났을 때, 부인 홍씨가 헌 치마 6폭을 보내왔다. 세월이 오래돼 홍색이 바래 가위질하여 4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사용한 나머지를 작은 축으로 만들어 딸아이에게 전한다.”

정약용은 아내의 비단 치마를 재단하여 1813년 7월 14일 시집간 딸을 위해 매화 가지 위에 한 쌍의 새가 앉은 ‘매조도’를 그렸다. ‘하피첩’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3첩이 알려져 있지만, 발문에 의하면 총 4첩이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훨훨 새가 날아 내 뜰 매화에 앉았네./ 그 향기 짙어 반갑게 찾아왔구나./ 여기 머물고 깃들여 가정 즐겁게 이루렴./ 꽃이 이미 만발하니 열매도 탐스럽겠네.”

다산은 1818년 57세에 유배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남양주 마현에서 여생을 보냈다. 비록 다산의 유배 생활로 부인과 18년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나이 15세 때 아내와 결혼하여 만 60년을 함께 살았다.

다산은 회혼일을 3일 앞둔 1838년 2월 19일 병중에 아내에게 ‘회근시(回근詩)’를 바치고, 회혼일 아침 고향집에서 별세했다. 그 후 2년, 다산의 부인인 홍혜완은 마현 집 뒤의 언덕에 남편과 함께 묻혔다.

“육십 년 세월 눈 깜빡할 사이 날아갔는데도 화사한 복사꽃 봄 정취는 신혼 때 같구려. 살아 이별하고 죽어 헤어짐이 늙음을 재촉했지만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오. 이 밤 난사(蘭詞) 소리 더욱 좋고, 옛날 하피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았구려. 나뉘었다 다시 합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 모습이니 한 쌍의 합환주 잔 남겨 자손에게 물려줍시다.” 정약용은 자신의 시에서 “옛날 하피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았구려”라는 구절을 통해 부인이 유배지에 보내준 비단 치마가 18년의 이별과 그 후 여생 동안 부부를 단단하게 묶어준 변함없는 사랑의 상징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산이 부인과 가족애를 담아 부인의 노을빛 치마에 남긴 먹 자국은 지금까지도 그 빛이 바래지 않고 더욱 선명하기만 하다.

정은주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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