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활 속 ‘安全 무방비’ 못 고치면 대형 慘事 못 막는다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慘事)는 기본적인 안전(安全)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결과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6일 화재로 29일 현재 사망자만 39명에 이른 참사의 현장은 다중이용시설 중에서도 재난 대비가 더 철저해야 할 병원이 맞는지부터 의심스럽게 한다. 불길과 유독(有毒)가스 확산을 차단하는 방화문이 아예 없었거나 있어도 닫을 수 없게 고정한 것은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다.

세종병원이 법령에 따라 1층 중앙계단에 방화문을 설치하고, 2층 출입구 방화문을 개방 상태로 철제 끈으로 묶어 고정하지 않았더라면, 사망자 거의 모두 유독가스에 질식사했을 리 없다. 이는 같은 5층인 대구시 신라병원에서 그 다음날 발생한 화재로도 입증된다. 긴급 출동 소방대원들이 열려 있던 방화문들을 즉시 닫았기 때문에 환자 35명 등 46명 전원이 무사히 대피했다. 29명이 사망한 지난해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21명이 숨진 2014년 전남 장성군의 요양병원 방화 사건 등도 있으나 마나 한 방화문이 인명 피해를 키웠으나, 세종병원은 이 또한 ‘나 몰라라’ 했다.

심지어 세종병원은 3층 비상구를 수술실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도 한다. 발화 지점인 탕비실 등 불법 증축 시설이 12개에 이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에도 과태료를 납부하며 태연하게 ‘배 째라’ 식 운영을 6년 동안 지속해오기도 했다. 그러고도 2015년 이래 매년 ‘셀프 소방 점검’을 하며 소방 당국엔 ‘이상 없음’ 보고를 했다. 무방비와 무책임의 극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현장을 찾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당장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생활 속 무방비를 고치지 못하면 앞으로도 참사를 못 막는다. 불법과 무책임은 민·관(民官)을 막론하고 예외 없이 엄단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