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 참사>작동 안한 ‘비상발전기’… 6년전 ‘부적합 시정명령’ 받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곳곳이 ‘불법’ 29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병원 간판 바로 위쪽에 불법 증축된 비가림막 시설이 보인다. 곽성호 기자 tray92@

- 속속 드러나는 병원측 과실

사망한 인공호흡기 부착 3명
발전기 작동 안해 숨졌을수도
누전 위험에도 조치 안한 정황

요양병원 긴급대피시설 고리
크게 흔들리는 등 문제 지적도

39명이 숨지고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사고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안전 규정 및 관계 당국의 시정 명령 등을 무시해온 병원 측 과실이란 증거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세종병원은 지난 2012년 밀양보건소로부터 정전 때 필수적으로 이용돼야 할 자가발전시설(비상 발전기)이 부적합하다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경찰 현장감식에서 세종병원 1층 응급실 좌측 휴게공간과 4층 베란다가 불법 증·개축된 것도 추가 확인됐다.

29일 문화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밀양보건소의 ‘위반사항 및 처분사항’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2012년 2월 24일 보건소 측으로부터 의료법 36조(준수사항)인 의료기관 안전관리시설(자가발전시설)에 대한 시설 부적합과 관련한 위반사항과 시정명령을 지적받았다. 이번 화재 참사 때 수동 작동방식의 비상 발전기가 가동된 흔적이 없어 병원 측이 보건소의 시설 개선 요구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사인이 확인되지 않은 변사자 4명에 대해서 부검을 실시한 결과, 4명 모두 화재에 의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중 3명은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로 세종병원이 단전됐을 때 자가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전기 공급이 끊겨 인공호흡기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환자 3명이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화재 시 정전 피해를 막기 위해 병원 측이 설치한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은 데 대한 병원 측 과실·책임 논란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병원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 용량은 22㎾로 중증 입원자 병실과 비상용 등, 엘리베이터 전원 공급을 위해 설치됐다. 병원 전체의 전력량을 감당하려면 총 107㎾의 전력량이 필요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의료법 36조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는 의료기관의 안전관리시설 기준에 관한 사항을 지키도록 하고 있고, 의료법 시행규칙 35조 1항에서는 화재나 그 밖의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세종병원은 특히 사실상 자체 소방점검을 벌인 뒤 ‘이상 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누전 위험이 수차례 감지됐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도 파악됐다. 또 세종병원 2∼5층까지 방화문이 있는데, 원래 닫혀 있었지만 화재 열기로 인해 2층 방화문이 찌그러지면서 연기가 입원실로 급속히 퍼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경찰은 “1층에는 방화문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연결한 1·2층 통로의 불법 건축물(비가림 시설)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불법 건축물인 비가림 시설이 유독가스의 배출을 막고, 1층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를 2층 내부로 역류시켰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병원은 2011년부터 총 23차례에 걸쳐 불법 건축물 원상복구 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받았지만 불이 날 때까지 배짱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세종병원 옆에 위치한 자매 병원인 세종요양병원도 지난 2년간 소방당국으로부터 소방시설 개선을 10차례 이상 받았지만, 오는 6월까지 적용 유예기간을 구실로 차일피일 개선 작업을 미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요양병원의 경우 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속보설비를 모두 설치하지 않아 소방당국으로부터 소방시설 개선을 매년 5∼10차례 지적받아 왔다. 비록 오는 6월까지가 소방시설 설치 유예기간이지만, 불이 요양병원으로까지 번졌을 경우 대형참사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밀양=최준영·박영수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