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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30일(火)
강추위가 새삼 일깨운 脫원전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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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교수 원자핵공학

국내 원자력이 현 정부 임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뿐인가? 강추위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연거푸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요 감축 요청 즉, 급전(給電)지시라는 고육책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급전지시는 이번 겨울 들어 8번이나 발동됐다.

국내외 숱한 전문가들의 고언(苦言)에 귀 막고 섣부르게 원전(原電) 줄이기에 나선 정부의 원전 감축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때다. 전기가 남는다고 했지만 연일 급전지시를 하니 중소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보상도 좋지만 납기는 맞춰야 하는데, 대낮에 공장을 세우라고 한다.

전력수요량이 당초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많아지면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8차 전력수급 계획 수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일시적’인 기상이변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북극에서 남극까지,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기상이변은 ‘일상적’ 현상이 된 지 오래다.

몇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한 안목으로 몇십 년을 설계하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원자로의 불이 사그라지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상기후와 맞닥뜨리고, 얼마나 잦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을 할 것인가? 전력 수급에 문제없다며 탈(脫)원전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수요 관리를 통해 전력을 다스리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11기가 멈춰서 가동률이 58%까지 떨어졌다. 가동률이 낮으면 대규모 정전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원전 대신 가스 비중이 높아지면 전기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정부로선 진퇴양난이다. 탁상공론과 졸속행정에 에너지 백년대계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귀를 열어야 한다.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참모들의 용기도 필요하다. 직(職)을 걸고 진언하는 참모, 그런 참모를 귀히 여기는 최고지도자의 열린 귀와 뜨인 눈이 필요한 건 동서고금에 마찬가지다.

재생 에너지 중 햇볕과 바람은 이제 ‘일상’이 돼버린 ‘이상’ 기후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우리 땅에 맞느냐 안 맞느냐가 아니라, 이미 진행형인 심대한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동력원을 늘리고자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독일이 하고, 대만이 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지금이라도 전력계획 다시 짜야 한다.

재작년 12월 독일은 이상기후로 필요한 전력의 겨우 1% 수준을 신재생으로 충당했다. 나머지는 결국 갈탄을 태워 공급했다. 원자력이 비었기 때문이다. 적잖은 원전을 서둘러 닫은 독일 정부로서는 예비전력을 공급할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청정한 세상을 향한 꿈이 대기오염의 주범 화력발전소를 양산하게 한 것이다. 수년 전부터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계획은 문제투성이라는 해외 주요 언론의 분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에너지 섬’ 대한민국이 섣불리 독일을 따라 했다간 큰 낭패 보기 십상이다.

재생 가능한 제3의 청정 에너지를 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는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때까지의 버팀목은 그래도 원자력이다. 차라리 액화석탄을 사용하더라도 태양과 풍력과 가스에 국운을 거는 것은 미국의 셰일가스 사업을 돕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백해무익이다. 이제라도 신재생이라는 이름의 신기루를 떨쳐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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