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1박2일’ 혈투 끝에 1년 8개월 만에 PGA 정상에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31·호주)가 1박 2일간의 혈투에서 승리했다.

데이는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 골프클럽 남코스 18번 홀(파5)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인슈런스오픈 연장전에서 알렉스 노렌(36·스웨덴)을 꺾었다. 둘은 전날 4라운드를 나란히 10언더파 278타로 마쳤으며, 해가 질 때까지 치른 5차례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날 다시 연장전에 돌입했다.

전날과 달리 연장 6차전 승부는 쉽게 갈렸다. 노렌이 페어웨이에서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앞 연못에 빠졌다. 벌타를 받은 노렌은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보기로 홀아웃했다. 데이의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걸렸지만 세 번째 샷을 핀 1ｍ에 붙이며 가볍게 버디를 뽑아내 이틀에 걸친 연장전을 마감했다. 데이는 이로써 2016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1년 8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11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데이의 이번 우승은 1년 이상 이어져 왔던 슬럼프 탈출의 청신호. 데이는 1년 전 세계랭킹 1위였다. 하지만 이번 우승 직전까지 14위까지 떨어졌다. 데이는 지난 시즌 20차례 출전해 AT&T 바이런 넬슨 준우승을 빼곤 우승 문턱에 가본 적이 없었다. 톱10 입상은 고작 5차례로 1년 전보다 절반이 줄었다. 컷 탈락도 4차례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데이의 부진은 이유가 있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탓이었다. 허리 부상에 허덕였고 어머니의 암 투병, 아내의 유산이 겹쳤다. 데이는 “쇼트게임, 퍼팅, 그리고 드라이버까지 하나도 망가지지 않은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수술을 받은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았고 아내도 유산의 후유증에서 벗어났다. 데이의 허리 부상도 완쾌됐다. 데이는 2018년을 대비해 7주 동안 출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훈련에 매진하며 샷을 가다듬었다. 데이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면서 “앞으로 경기력을 더 끌어 올리면 잃었던 세계랭킹 1위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식 기자 ms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