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30代는 정말 훈훈했어요…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은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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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투깝스’ 마친 조정석

형사·사기꾼 오가며 1인 2역
분량많아 3개월간 3시간 쪽잠
모든것 털어넣은 만큼 홀가분

끝나자마자 연극 ‘아마데우스’
타이틀롤 맡아 7년만에 무대
“쓰임새 많은 배우 되고 싶어”

“보일러 빵빵하게 튼 것 같은 30대를 보냈어요.”

3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배우 조정석(사진)은 자신의 30대를 이렇게 평했다.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던 그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조연인 ‘납득이’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 종횡무진하며 누구보다 바쁜 30대를 보냈다. MBC 드라마 ‘투깝스’를 마친 그를 문화일보가 만났다.

“조정석의 30대는 정말 훈훈했어요.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놓은 것처럼요. 가끔 미지근할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따뜻했어요. 투깝스가 30대의 작품이 되진 않을 거예요. 연극 ‘아마데우스’ 외에도 여러 작품을 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연기로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조정석은 투깝스에서 강력계 형사 차동탁과 사기꾼 공수창을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출연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3개월 동안 하루 3시간 안팎의 쪽잠만 잤다. 모든 것을 털어 넣은 만큼 지금은 홀가분하다. 상대역을 맡은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와의 호흡도 좋았다. 무려 14세의 나이 차가 났지만 이질감은 없었다. 그 역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혜리와 음악적인 교감도 많았다.

“혜리와의 호흡은 아주 좋았어요. 혜리는 센스 있고 감도 좋고 솔직한 친구였어요. 촬영해야 할 장면에 대한 시퀸스나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가수로도 활동하는 동료여서 함께 촬영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조정석은 투깝스의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연습실로 직행했다. 음악천재 모차르트를 소재로 다룬 연극 ‘아마데우스’의 타이틀롤을 맡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서기 때문이다. 다른 배우들은 그가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이미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에 마냥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꼭 해보고 싶던 역할을 맡은 터라 연습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가볍다.

“중학교 1학년 때, 영화로 만들어진 ‘아마데우스’를 봤는데 지금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해요. 모차르트 역할은 누구든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역이에요. 어느 배우가 마다하겠어요? 이를 위해 피아노와 지휘 연습도 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계속 무대 위와 TV 속, 스크린 속 등을 오가며 연기하고 싶어요.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저의 바람이에요.”

누군가가 ‘39세 조정석’의 아홉수에 대해 물을 때도, 그는 오직 작품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그는 20대나 노인이 될 수도, 과거나 미래의 사람이 될 수도, 심지어 여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물었다. 조정석에게 펼쳐질 40대는 어떨까?

“제가 스물아홉 살 때 30대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마흔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40대, 50대가 돼도 눈가와 이마에 생기는 주름만큼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배우는 자기 나이에 맞게 역할을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주름이 생기는 것을 보며 한탄하기보다는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