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능이버섯 떡갈비, 보들보들 찰진 식감… 육즙·능이 향 한입에 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곱게 다진 고기와 능이버섯을 부드럽게 치대 만든 후 구워낸 능이버섯 떡갈비. 입안에서 살살 녹을 것만 같다. 떡갈비를 차림상에 내놓을 때는 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통마늘 구이나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면 좋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능이, 버섯중 맛과 향 뛰어나
‘1 능이·2 송이·3 표고’ 불려
떡 치듯 여러번 치대 ‘떡갈비’
고기 씹기 힘든 어르신들께 딱

프라이팬서 뚜껑 닫고 구우면
육즙 흘러나와 고기 퍽퍽해져
센불엔 겉은 타고 속은 안익어
천천히 굽는 정성 가득한 음식

냉동실을 열어보다가 능이버섯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가을 강원 강릉 노추산에서 가족과 캠핑하다가 우연히 발견해 채취해 말려두었던 것이다. 향이 강한 버섯이라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만한 요리가 뭘까 고민하다가 고기를 함께 다져넣어서 능이버섯 떡갈비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능이버섯은 맛과 향이 뛰어나 ‘향버섯’이라고도 불린다. 버섯 가운데 최고로 쳐주는데, 보통 능이버섯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1 능이, 2 송이, 3 표고’라고 말할 정도다. 주로 신갈나무가 많은 곳에서 발견되는 능이버섯은 나무에서 자라는 다른 버섯 종류들과 달리 땅에서 자란다. 능이버섯 균이 신갈나무 뿌리에 균근을 형성해 서로 양분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데, 대부분의 식물공생 버섯류와 마찬가지로 이들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아직 인공재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능이버섯은 오직 자연산밖에 없고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식재료다. 무엇보다도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 좋은 식품이다. 단백질 분해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에도 능이버섯을 먹으면 소화불량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기관지에도 좋은데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능이버섯을 우려서 따뜻하게 차로 마셔도 좋다.

능이버섯은 전골, 찌개, 볶음, 장아찌, 죽, 칼국수, 리조토까지 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가능한데, 특히 능이버섯백숙이 건강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한편 떡갈비는 궁중에서 전파된 요리인데, 지금은 경기 광주와 양주, 전남 담양과 화순 등지에서 유명하다. 임금이 즐겼던 음식으로 갈비처럼 체통 없이 뜯어먹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예의를 중시했던 당시 정서에 잘 부합하는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말, 궁중에서 일하던 나인들에 의해 전해졌다는 경기도 떡갈비는 시루떡처럼 넓고 납작하다. 전남의 떡갈비는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크기와 모양인데, 한양에서 유배 내려온 양반들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갈비 자체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심지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종종 갈비를 찾아 즐긴다. 그런데 이가 좋지 않은 노인이나 어린아이가 뜯어 먹기에는 갈비가 불편함이 있고 좀 어려운 자리라면 마음 편히 먹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럴 때 누구나 편하게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떡갈비인 것이다.

떡갈비는 만드는 과정이 다소 번거롭고 굽는 것도 숯불에서 천천히 정성스럽게 구워야 하기에 상당한 정성을 요하는 음식이다. 마치 인절미를 치듯 곱게 다진 고기를 양념해 여러 번 치대어 떡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이름도 떡갈비라 부르게 된 것이다. 구워서 고기째 먹는 다른 갈비 요리와는 달리, 이렇게 마음과 노력이 담긴 음식이라 먹는 사람은 대접받는 느낌에 더욱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만들 때에는 다진 고기에 곱게 다진 채소류를 넣는데, 여기에 능이버섯을 넣으면 특유의 향이 고기 본연의 풍미와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능이버섯의 쫄깃한 식감은 부드럽고 연한 고기의 먹는 맛을 배가시킨다. 능이버섯이 가정집에서 흔히 구비해 놓고 먹는 재료는 아니기에, 능이버섯이 없다면 대신 표고버섯이나 새송이버섯을 떡갈비 재료와 혼합해서 만들어도 좋다.

능이버섯 떡갈비를 만들어 식탁에 올렸더니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쉬고 싶었지만 시간 들여 만든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만 하다. 이런 게 부모 마음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다.

문득 그 능이버섯을 채취했던 노추산에 있는 모정탑길이 떠오른다. 한 어머니가 무려 26년 동안 가족을 위해 3000개의 돌탑을 쌓았다는 길이다. 조만간 남해에 계시는 부모님께도 능이버섯 떡갈비를 만들어 대접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귀한 버섯으로 정성을 다해 빚어 천천히 구운 능이버섯 떡갈비는 이렇게 마음속 이야기를 전하기에 제격인 음식이기도 하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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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2인분 기준) : 소고기 300g, 능이버섯 1/4줌, 다진 양파 5큰술, 양념장(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꿀 1/2큰술, 다진 파 1큰술, 마늘 1/2큰술, 밀가루 2큰술, 배 1/6개,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소고기는 칼로 잘게 다져준다.

2. 배와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잘게 다져준다.

3. 파와 마늘은 잘게 다져주고 여기에 간장과 설탕, 꿀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준다.

4. 다진 고기와 배, 양파를 넣고 소스에 버무려 준다. 다진 능이버섯도 섞고 밀가루 2큰술도 함께 넣어서 버무려 준다.

5. 반죽한 고기는 적당량 떼어서 떡갈비 모양을 만들어 준다.

6. 프라이팬이나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내어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낸다.



조리 Tip

1. 프라이팬에 떡갈비를 구울 때 뚜껑을 닫고 구우면 육즙이 많이 흘러나와 고기가 퍽퍽해지므로 뚜껑을 덮지 않고 굽는다.

2. 처음부터 너무 센 불에 익히면 겉은 타고 속이 익지 않기에 중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