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 제목 90% 이상이 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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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 번역가 김욱동 교수
“영화 ‘애꾸눈 잭’에 애꾸눈 없어”

우리말로 번역한 외화 제목 중 상당수는 오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미문학 번역가인 김욱동(70·사진)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 발행된 세계적 학술지 ‘저널 바벨(Revue Babel)’ 겨울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명예교수는 ‘외국영화의 한국어 제목 오역’이라는 논문에서 몇 가지 오역 사례를 분석했다. 영어의 속어나 구어를 반영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다. 말런 브랜도가 연출·주연한 1962년 작 ‘애꾸눈 잭(One-Eyed Jacks)’이 대표적이다. 김 명예교수는 “‘애꾸눈 잭’은 포커 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사용되는 데서 유래한 구어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며 “이 작품에서 애꾸눈은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 대신 ‘무소불위의 사나이’를 제안했다.

동음이의어 혹은 동철이의어에 따른 오역 사례로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를 꼽았다. ‘Society’는 사회라는 뜻이 아니라 클럽 혹은 동아리라는 뜻이며 따라서 ‘죽은 시인의 클럽’ 정도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김 명예교수는 “번역된 외화 제목의 90% 이상이 오역”이라며 “잘못된 제목은 영화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상업 영화의 마케팅을 도외시한 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워너브러더스 등 국내 외화 수입사들은 한국 관객이 이해하기 쉽거나 혹은 원제를 발음 나는 대로 옮기는 추세다. 한 외화 관계자는 “외화 제목을 번역할 때는 아무래도 어떤 게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것인가 하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접근한다”면서 “학술적인 것보다는 상업 영화의 시각에서 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