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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31일(水)
한·미 통상분쟁 ‘원근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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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왼쪽 두 번째) 국무장관 등과 지난 26일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 도착,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David Straub

美 관세로 韓 제조업 타격
트럼프, 무역전쟁 위험 몰라
안보와 경제는 연계 원치 않아

무역 분쟁, 양국 관계 부담 우려
韓, 美 제소하며 中 불법보복 침묵
文 정부, 對美 관계가 성패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곧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의 관세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대선 당시 지지 기반이었던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을 지켜나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고려한 조치로도 읽힌다. 많은 미국인은 트럼프의 주된 ‘타깃’이 중국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 제조업체들도 ‘불균형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조치들은 한·미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FTA 재협상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인들은 당연히 트럼프의 통상 정책에 우려를 표시한다. 미국은 한국과의 서비스 교역에서는 큰 흑자를 보고 있다. 또, 한국은 미국산 무기류의 최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다. 사실 미국의 상품 교역에서 적자의 절반은 중국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강화도 표면상으로는 ‘국가 안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미국의 가장 오래되고 가까운 동맹이 아니던가? 한·미 FTA 체결 이후 상품 교역에서 한국의 흑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의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없었으면, 오히려 한국의 흑자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믿고 있다.

당혹스럽게도, 일부 한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대한 양국 정부의 견해차 때문에 통상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트럼프 정부는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반면, 문재인 정부는 가능하면 빨리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대북 정책에 좀 더 협력한다면, 무역과 환율 문제에서의 압박을 줄여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26일 자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안보와 경제를 ‘직접적으로’ 연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간접적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가 특별히 한국을 가깝다고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동맹국들이 미국으로부터 무역과 안보에서 일방적인 혜택을 받아왔다고 믿고 있다. 둘째, 미 정부가 대북 정책의 차이점 때문에 문 정부에 좌절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셋째, 트럼프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따뜻한 개인적 친밀감과 비교할 때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는 좀 냉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상품 거래 적자를 용인할 수 없고, 미국의 모든 무역 협정은 엉터리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한국인들만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인을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이 트럼프의 무역 정책 때문에 전반적인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특히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경제학자가 아니라 기업인이기 때문에 무역의 중요성과 무역 전쟁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 간의 무역 분쟁이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두 나라 관계에 부담을 줄까 봐 마음이 편치가 않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해 6월부터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철강 관세 인상이 한국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국무부 당국자들은 무역 분쟁이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무역 파트너들과 어려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근감(in perspective)을 갖고 종합적·균형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그의 임기 동안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서 당선됐지만,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 무역을 신봉해왔다. 그러나 대선 당시 풀뿌리 유권자들은 자유 무역을 원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면, 미국은 전통적인 무역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트럼프는 국내에서 심각한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다. 특검 수사 및 중간 선거 결과에 따라 재선 도전은 고사하고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당연히 국익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익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현재 한·미 간의 무역 분쟁은 북핵 위기, 그리고 중국의 한국 정부 길들이기 및 주한미군 철수 기도와 비교하면 오히려 사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문재인 정부는 세탁기·태양광 패널 관세 문제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려 하지만,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 기업에 불법적이고 무자비한 보복을 자행하는 중국 정부에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미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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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76년 미 국무부에 들어가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 한국과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퇴직, 한·미 관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저술했으며 현재 세종연구소 세종-LS 객원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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