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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31일(水)
주 35시간 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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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주 35시간 근무는 솔깃하다. 오전 9시에 출근하면 점심시간 빼고 7시간 일한 뒤 오후 5시에 퇴근이다. 세계에서 손꼽는 과로국인 한국 직장인에겐 로망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가 원조다. 2000년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 주도하에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린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근로자들은 물론 환호작약했지만, 주 35시간 근무제는 이후 프랑스 경제에 암초가 된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는데 임금은 유지됐다. 초과근로 수당만 늘면서 기업의 고용 여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채용 기피, 해외 탈출이 이어지면서 실업률이 치솟았다.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자였다.

‘프랑스병’의 근원인 주 35시간제를 고치겠다고 나선 이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다. 그는 2014년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에 발탁된 후 “좌파는 적게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봤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일갈했다. ‘일 안하는 프랑스’ 이미지로 투자, 그리고 고용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노동계 반발을 무릅쓰고 주 최대 60시간 근무가 가능한 개혁법안을 발의했으나 ‘주 35시간’이란 큰 틀은 아직 허물지 못했다.

남 얘기 같던 주 35시간제가 국내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 등 일부 스타트업이 테이프를 끊더니 신세계그룹이 올해 대기업으론 처음 시행에 들어간 지 한 달이다. 오후 5시 칼퇴근이 보장된 반면, 여유 있게 커피 마실 시간은 없어졌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환영했으나, 민주노총 산하 마트노조는 이마트 근로자의 노동강도만 높아졌다고 성토한다. 할 일과 임금은 그대로인데 1시간 줄어들면 근무는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 반응 차이가 미묘하다.

신세계의 주 35시간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과는 별개 사안이다. 주 35시간제는 정규 근로의 문제이고, 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려는 근로시간 단축은 연장근로를 다룬다. 유통업과 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정 또한 많이 다르다. 프랑스식 주 35시간제와도 분명한 차별성을 보인다. 국가 강제가 아니라 기업 자율결정이다. 프랑스와 달리 고용 창출과 무관하다. 신세계의 지향점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다. 휴식을 얻으려면 일도 제대로 해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근로시간 단축이든 필수 전제는 생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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