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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31일(水)
김정은의 ‘평창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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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김대중 대통령이 1970년대 서독의 동방정책을 벤치마킹한 대북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인 햇볕정책을 북한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국의 대북 햇볕정책 덕분에 기사회생한 북한 김씨 왕조는 이 햇볕정책을 ‘구워삶아 먹을’ 정도로 연구를 거듭했음이 분명하다.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벤치마킹한 김정은의 역발상은 ‘북한판 햇볕정책’인 대남포용정책이다. 우리 햇볕정책의 핵심이 ‘돈으로 평화 사기’인 데 비해 북한판 햇볕정책은 ‘핵 공포로 돈(경제) 문제 해결’로 귀착된다. 김일성대학 출신으로 북한통인 장롄구이(張璉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비공개 포럼에서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한다면 평양은 핵보유국 신분으로 남측에 북한판 햇볕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 “남조선 것들 쓸어버리라”며 서울 불바다 극언을 서슴지 않던 김정은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계기로 핵으로 남조선을 보호하겠다며 표변한 것은 그가 개과천선했기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 강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와 ‘통일’이란 단어를 수없이 강조했다.

“안보 측면에서 북한은 한국에 같은 민족에 대한 ‘핵 보호 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미국의 보호에서 벗어나 한·미 군사동맹을 중지하고 탈미입북(脫美入北)을 요구하고, 정치적 측면에서는 남북 정부 간 직급별, 단계별 대화 복구를 제안하고 남북한 정당의 상호교류를 추진해 민족대단결을 촉구할 것이다. 경제 면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2개의 중요 문서를 기반으로 협력 계획을 차근히 실시할 것이다.” 장 교수의 전망이다.

김정은의 대남 햇볕정책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응원단·공연단 선물 공세로 우리 국민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1단계에 이어 2단계로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화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 등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단계다. 3단계, 평창올림픽 기간 최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올가을 남북정상회담 등 메시지를 전달하며 북한판 햇볕정책의 정점을 찍는다. 4단계, 핵 동결과 정전협정 체결 등 핵 군축협상을 전개하는 시기다. 문재인 정부 초기까지 사용되던 ‘북핵 폐기’ 용어가 이후 ‘북핵 문제 해결’로 대체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징후다. 핵 동결 협상이 성사되면 핵보유국 지위로 대북 제재를 완화시킬 명분을 얻고, 설사 협상이 결렬돼도 2019∼2020년 핵 무력 최종 완성 개발의 시간을 벌게 된다. 김정은의 햇볕정책은 ‘꽃놀이패’다. 북한판 햇볕정책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좌우 갈등을 극대화할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전격 참여는 3대 혁명역량 강화 차원에서 접근한 평화 공세다. 북한판 햇볕정책은 한·미 동맹 균열을 정조준하고 있다. 한·미가 합심하면 북한의 햇볕정책을 무력화하고 북핵 폐기가 가능하다. 반대로 한·미 균열은 ‘핵 있는 불안한 평화’라는 굴욕적 평화나 제2 한반도 전쟁의 참극까지 초래할 수 있다.

cs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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