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개막 코앞 닥쳐서야… 野圈에 손 내민 文대통령

MB에 평창개막식 초청장 전달
與野 원내대표 靑 회동 미지수
갈등 골 깊어져 통합의미 반감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초청 등을 지시했지만 평창올림픽이 눈앞에 닥친 뒤에야 뒤늦게 통합 행보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적폐청산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 논란 등으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어서 통합 행보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31일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해 평창올림픽 개·폐막식과 대통령 주최 사전 리셉션 행사 초청장을 전달한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 전 대통령이 꼭 오시도록 직접 초대장을 건네드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직 대통령 가운데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이는 이 전 대통령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초청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통합을 강조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평창올림픽이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유치됐던 만큼 야당도 정쟁을 멈추고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모아달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 측은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하기로 했다”며 참석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최근 ‘분노’ 발언이 나올 만큼 커졌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 전 대통령의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목을 죄어오는 가운데 초청장이 전달되는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맞아 지난 24일 제안한 여야 원내대표 초청 회동도 성사될지 미지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현재 통합 논의 등으로 당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회동을 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다”며 “다른 야당의 상황도 복잡해 회동 추진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