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FTA 2차 개정협상 이틀째… 양국 ‘强 대 强’ 대치속 장기화 가능성

“쉽지 않은 협상이고 갈 길이 멀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1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개정협상의 첫 번째 날을 마친 직후 던진 말이다. 본격적인 협상 첫날부터 양국 협상팀의 요구가 강하게 충돌, 애초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이번 개정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1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을 대표로 한 우리 측 협상팀은 전날 협상에서 최근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해 내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한·미 FTA에서 이를 시정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수석인 미국 측 협상팀은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면서, 양측이 협상 첫날부터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두 번째 날 협상장에 들어갈 때도 이어져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날 김 본부장은 개정협상 첫날에 대한 소감으로 “갈 길이 멀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이 같은 김 본부장의 반응은 지난해 본협상 전에 열린 공동위원회 때와 1차 본협상 당시에 느낀 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며, 미국 측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생각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음을 의미한다.

당초 이번 개정협상은 미 의회의 승인 없이 시작돼, 부분 개정으로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테이블에 올라온 사안에 대해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어, 협상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미국이 막무가내식 보호무역주의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세울 경우 이 역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진전 없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통상당국 내부에선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무역전쟁’의 전선을 한국·중국, NAFTA 체결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으로 확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와의 무역을 매우 불공정한 것으로 규정하고 EU를 향해 “큰 손실이 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