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기사 어이없는 질주… 페루 ‘나스카 문양’ 훼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상처’난 2000년 역사 페루 남부 도시 나스카에 위치한 2000년 역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나스카 문양’에 지난달 27일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을 아끼려던 트럭기사가 실수로 진입하면서 생긴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작은 사진은 나스카 유적의 나무 문양. EPA연합뉴스

고장점검 위해 車 몰고 들어가
가로 50·세로 100m 바퀴자국
3곳 파괴…“유적지인 줄 몰라”

유네스코가 지정한 페루의 세계적 문화유산 ‘나스카 문양’이 남성 트럭 기사의 부주의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31일 페루 21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루 문화부는 지난달 27일 제이너 지저스 플로레스 비고(40)가 나스카 문양 지역에 트럭을 몰고 들어가 가로 50m 세로 100m 넓이의 면적에 깊은 바퀴 자국을 냈으며 이로 인해 문양이 있는 세 지점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제이너는 관리원들의 신고로 즉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제이너는 페루 남부 나스카 지역에 처음 방문했으며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로를 우회해서 가던 중이었다. 운행 중 고장점검을 위해 트럭을 돌려 정차한 곳이 나스카 유적지였다. 그는 인근 주의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너는 경찰 조사에서 “나스카 문양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고의성은 없다고 보고 석방 결정을 내렸다.

1500∼2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스카 문양은 페루 수도 리마 남쪽 400㎞ 부근 나스카와 후마나 평원의 사막 위에 그려진 거대한 370개의 식물과 동물 문양의 선과 그림이다. 건조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기후 덕분에 오랜 세월 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지난 199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나스카 문양은 지난 2014년 12월 리마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 당시 그린피스 운동가인 볼프강 사딕이 기후변화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유적지에 들어가 펼침막을 설치하면서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페루 문화부는 앞으로 드론을 동원해 450㎢ 면적에 달하는 나스카 유적지를 감시하기로 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