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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1일(木)
‘판사 블랙리스트’ 부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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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가 1월 22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법원이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했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요구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관련된 재판부의 선고 전망을 알아보고 청와대에 알려줬으며 △심지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판결을 내려줬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추가조사위 결과는 법원 안팎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추가조사위 발표 문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판사사찰’과 ‘판결거래’는 사실을 왜곡·과장하거나 의혹을 진실로 단정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항소심 선고일(2015년 2월 9일) 하루 뒤에 작성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문건은 ‘BH가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하면서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 ‘행정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이라고 돼 있다. 이 문건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법원행정처 간부의 통화 내용을 정리한 게 아니라, 판사 경력 10∼12년 차인 법원행정처 말단 심의관이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통화한 다음 날 급하게 작성한 내부 보고용이다. 따라서 선배 판사 출신 법무비서관의 문의에 행정처 심의관이 한 의례용 답변이라고 보는 게 더 이치에 부합한다. 원 전 원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뒤 ‘우병우 민정수석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했다는 문장을 놓고 일부에서 ‘원세훈 재판과 상고법원을 맞바꿨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가 대법관 13 대 0으로 선거법 유죄 부분이 파기환송됐지만 이를 ‘우병우의 작용’이라고 단정하는 건 섣부르다. 이 정도로 중대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올리지 않고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처리했다면 더 난리가 났을 것이다. 유신 시대도 아니고 일개 청와대 민정수석의 요구로 대법관 만장일치의 무죄가 나왔다는 건 우리나라 사법체계를 심하게 비하하는 무리한 주장이다.

판사들의 성향을 ‘적색·황색·흑색 3등급’으로 분류했다는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검토’ 문건도 일부 주장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2016년 사법행정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위원을 추천하는 고등법원장들의 참고자료로 그해 3월 28일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문서인데, 성향을 분류해 사법행정위원회에 배제해야 할 대상을 정리한 문서(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사법행정위에 포함하는 게 좋겠다는 ‘화이트리스트’다. 특히 1순위로 인권법연구회,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두 그룹 핵심들과 유대관계가 있는 법관을 꼽았다. 오히려 이 문건은 행정처 출신은 배제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일정한 정치 성향을 지닌 판사모임이 대법원장의 인사권 제약과 핵심 정책(상고법원)에 대한 반대를 ‘모의’한다고 해서 동향 파악으로 보일 수 있는 문서를 작성한 행정처의 잘못은 지적돼야 한다. 그러나 처벌은 잘못에 비례해 내려져야 한다. 일부 주장처럼 특정 판사를 점찍어 놓고 사찰했다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사법처리 운운하는 건 지나치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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