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共수사 해본 사람이면 정보·수사 분리 주장 못 한다’

간첩을 잡는 대공(對共) 수사는 고도로 전문적인 영역이다. 수사관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의 역량이 축적돼야 제대로 작동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훌륭한 대공 수사 조직은 국정원임을 밝혔다. 2000년 이후 발생한 간첩 사건의 90%를 국정원이 해결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 개혁 차원에서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려는 것이 적절한지 정교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31일 ‘국정원 개혁 공청회’를 열었다. 김계동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와 신현수 국정원 기조실장(검찰 출신)은 “정보와 수사 분리에 실무적 유효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윤덕 전 국정원 수사단장은 “정보와 수사를 분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실제 대공 수사를 하고 조서를 써본 사람이면 할 수 없는 얘기”라고 했다.

국정원은 물론 어떤 정부 기관도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 그 방향을 놓고 여러 의견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장단점만 따지거나 무조건 바꾸는 게 좋다는 식의 ‘개혁 도그마’는 경계해야 한다. 국가 안보기관의 경우 더욱 그렇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문제 역시 현실 속에서 가장 좋은 방안을 신중하게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공 수사에 헌신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가장 중요하다. 황 전 단장의 말에 공청회를 참관하던 전직 국정원 대공 수사관들이 적극 호응했다고 한다. 이들이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의 해체에 부정적 입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목소리를 결코 흘려들어선 안 된다.

여권 뜻대로 대공 수사권이 이관되면 단기적으로는 수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내외 상황을 보면 대공 수사를 강화해야 할 때다. 북한은 분산됐던 대남 공작기구들을 정찰총국으로 통합, 3만 명의 요원을 운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개방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그만큼 북한의 대남 정보전은 강화될 것이다. 국내정치 관여 등은 대통령 의지로 근절할 수 있다. 지금 국정원의 수사권 포기는 교각살우(矯角殺牛)다. 그리고 김정은과 종북세력이 환호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