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제조업 가동률 最惡, 노동개혁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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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 경영학

2017년 제조업 가동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낮았다는 통계청 발표는 충격적이다. 연간 평균율은 71.9%였지만 12월에는 70.4%까지 추락했다. 청년실업이 더욱 악화한 이유가 분명히 드러났다. 세워둔 설비가 사방에 널려 있는데 투자하지 않는다고 기업을 들볶는 것도 우습다.

제조업 가동률은 생산 능력을 이용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생산 실적을 생산 능력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기업의 제조 비용은 생산 수량과 무관한 고정비(固定費)와 생산 수량에 비례적인 변동비(變動費)로 구분된다. 제조업은 설비투자로 인한 고정비 비중이 높으므로 가동률이 떨어져 생산 수량이 줄어들면 단위당 제조원가가 높아져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반도체 등 초호황 업종을 제외하면 다른 업종 가동률은 훨씬 더 낮다.

달러 값의 급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수출기업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초호황으로 쓸어 담은 외화가 문제다. 반도체는 설비나 부품 수입도 별로 없어 외화가득률이 매우 높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위협하는 상황이라 정부는 속수무책이고 외국인 주식매입자금까지 밀려들어 달러 값 하락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외환위기 직전 반도체 호황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잃고 쓰러진 ‘부산 신발’과 ‘대구 섬유’의 악몽이 떠오른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외투자를 지휘하고 있으나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는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외화를 벌어들인 기업이 해외투자와 금융 기법을 동원해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다.

내수경기 부진도 문제다.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개선될 기미가 없고 시간제 일자리도 줄어드는 고용 한파 때문에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소득 주도 성장’의 구호는 요란한데 열매가 없다. 지나치게 높게 잡은 최저임금 인상률 때문에 알바 자리까지 흔들리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허리케인이 새로 꿈틀거린다. 가동률을 높이려면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할 터인데 인건비 부담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대응이 걱정이다.

시장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지속적 제품 개발과 혁신은 기업 생존의 전제조건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원가절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불황이 닥치면 급여 삭감과 인원 감축 등 비상 조치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 급여와 고용 조정을 규제로 가로막으면 기업의 신규 채용 의지는 급감한다. 신속하게 위기에 대처하지 못해 살아날 기회를 날리고 파산하는 비극도 많다. 위기를 넘기고 다시 고용할 수 있는 기회를 경직적 노동 규제 때문에 놓친다. 조선업 위기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치고 최악(最惡)의 파국으로 끝낸 사례가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인건비를 생산성 및 실적과 연계시키는 성과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직적 노동 규제에서는 인건비가 고정비 성격으로 고착된다. 그러나 효과적인 성과급 체계가 정립되면 인건비는 생산성에 비례하는 변동비 성격으로 정착된다. 채용·해고 및 근로시간과 임금을 노동법으로 일일이 규제하는 현행 시스템에 덧붙여 기업과 근로자가 성과급 중심으로 계약하는 고용체계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성과급 중심의 자율계약을 통해 제조업 가동률과 청년취업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