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체육대회서 지휘관 눈에 들어 직업군인의 길… “운동 잘해 장군 됐단 얘기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진호 향군 회장이 제3공수 특전여단 부여단장으로 근무하던 대령 시절 공수훈련을 받는 모습.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제공

‘만능 스포츠맨’ 김 향군 회장

“내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스포츠가 바꾼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진호 향군 회장은 자서전 ‘군인 김진호’(초록문 간)에서 이같이 회고할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다.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도 “직업 운동선수가 아니었지만 배재중·고, 고려대 시절 운동을 인연으로 인생사가 번번이 달라졌다”며 “운동을 잘해 장군이 됐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웃어 보였다. 직업군인이 된 것도 운동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배재중·고 재학시절 럭비와 스케이트, 권투 등을 했다. 고려대에 입학해서는 역도부 활동에 이어 럭비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78세 나이에도 골프를 즐기며, 드라이버 거리가 200m에 달한다. 김 회장은 “52세 때 정보 참모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장군단 골프대회에 나가 챔피언에 오른 기억이 생생하다”며 “당시 드라이버가 270~280m 수준이었는데 지금도 그 당시 드라이버를 회복하려고 틈날 때마다 연습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를 전전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탓에 학업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김 회장은 “운동을 좋아하고 학업을 게을리하다 보니 고3 대입을 위한 반 편성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열반(劣班)에 배치됐다”며 “대입 시험을 치르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체력 덕분에 6개월여 밤잠을 줄이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노력 끝에 고려대 입학이 결정됐는데, 고교를 졸업하고 난 뒤 담임 선생님이 공부에 소홀한 후배들에게 ‘인마! 김진호도 고대 갔는데’라고 야단을 치며 독려했다는 일화를 남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운동에 대한 집착과 애정은 대학 졸업 후에도 계속됐다. 1964년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하고 2사단 31연대 소대장으로 배속받은 지 한 달 만에 개최된 연대 체육대회에 육상, 축구 등의 선수로 출전했다. 군단에서 주관한 사단대항 체육대회에선 빙상대회 사단 선수 감독을 맡아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지휘관들의 눈에 들어 복무연장 권유를 받았고, 베트남 파병을 거쳐 직업군인의 길을 걷게 됐다.

김 회장은 군 지휘관 시절 철학을 ‘기(氣)를 살리는 군대’로 정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도발야욕을 무력화시키고 유사시 싸워 이기는 군대, 즉 전쟁 억지와 전쟁 승리를 언제라도 보장할 수 있는 정예 강군을 육성하려면 기가 살아 있는 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단장 시절부터 군사령관까지 ‘기가 살아 있는 군대다운 군대 육성’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 수도경비사 30단 부단장 근무 시절 막역지우가 생긴 일화도 털어놓았다. 1979년 10·26 사태가 있던 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다 긴급 소집 통보를 받고 부대에 복귀했다. ‘궁정동 일대에서 총성이 났으니 전 부대 비상사태에 돌입하라’는 명령에 김 회장은 ‘대통령의 유고 상황이 아닐까’ 하는 직감을 했다. 자정을 넘긴 27일 새벽 2시쯤 현장에 출동했을 때 쓰러진 채로 숨이 붙어 있는 박상범 당시 경호실 수행 계장을 발견하고 이송했다. 박 계장은 김 회장의 고려대 60학번 동기였지만 당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었다. 김 회장은 “10·26 사건을 계기로 이심전심의 정을 나누는 막역한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