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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2일(金)
“최저임금 넘어선 삶의 질 보장” 광역 12곳-기초 79곳 도입… 9000원 이상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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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지난해 9월 13일 박원순(왼쪽 다섯 번째)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도 생활임금을 9211원으로 책정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생활임금은 올 최저임금 7530원보다 1681원 많다. 서울시청 제공


지자체 ‘생활임금 인상’ 경쟁
민간 ‘상대적 박탈감’· 포퓰리즘 논란

2013년 부천시·노원구 도입
광역지자체선 서울시가 처음

‘공공부문 기간제’ 대상 한정
올들어 최대 25% 대폭 인상
“선거앞둔 선심성 정책” 비판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긍정적
노동시장경직 부정적 영향 커

‘누가 먼저 1만원대’ 경쟁보다
사회적 합의 거친 뒷받침 필요
지역물가·소비환경 등 고려를


정부는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치로 인상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도 덩달아 ‘생활임금’을 대폭 올렸다. 이미 상당수 지자체의 생활임금은 9000원대를 넘어섰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생활임금 1만 원 시대’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생활임금은 올해 부산시까지 가세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5곳을 제외하고 모두 시행되고 있다. 전국 79개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생활임금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산정 기준 없이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들쑥날쑥’ 책정된 생활임금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돕기보다 오히려 기대치만 높여 정책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공공부문에만 한정한 생활임금은 일반 기업에 다니는 민간부문 근로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1 생활임금이란

생활임금은 지역별 물가상승률과 근로자의 가계소득, 지출 등을 고려해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 수준의 임금을 말한다. 19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처음 적용돼 국내에서는 경기 부천시와 서울 노원구가 2013년 도입했다. 근로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교육과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생활임금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보다 보통 20~30% 높게 책정된다. 지자체 조례에 근거한 탓에 지역별 차이가 크다. 올해 시급 9211원을 생활임금으로 책정한 서울시의 경우 도시 근로자가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7530원)보다 1681원 더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서울시를 포함한 12개 광역단체와 79개 기초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생활임금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생활임금 재원은 각 지자체가 재정에서 마련한다.

2 최저임금과 차이점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의 목적은 같다. 그러나 “최저임금으로 ‘생존’은 가능할지 몰라도 ‘생활’은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근로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 6470원보다 16.4%(1060원) 오른 7530원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이미 대부분 국가가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86년 도입했다. 노사와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공익 대표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8월 5일 최저임금 인상안을 정한다. 이처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친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고시해 이듬해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된다. 사용자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임금은 상위법 없이 조례로만 정해 사실상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근로자 한 명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이 아닌 근로자 가족까지 부양할 수 있는 생활임금으로 임금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3 생활임금 적용대상

광역단체 중에는 서울시가 2015년 가장 먼저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당시 서울시 생활임금은 시급 6687원으로 최저임금 5580원보다 1107원 많았다. 적용대상은 서울시가 직접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와 민간위탁 근로자로 한정했다. 올해부터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와 ‘뉴딜 일자리’ 참여자까지 확대돼 적용대상이 1만 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도 공무원 보수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는 기간제 근로자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투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까지 확대하거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현장 근로자까지 적용대상을 넓힌 일부 지자체도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사실상 무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천시의 경우 산불감시와 주차단속 요원 같은 기간제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는 89명이 무기계약직 형태인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적용대상자 수는 450명으로 줄었다.

4 생활임금 산정기준

정부가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최저임금과 달리 생활임금은 해당 지자체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 위원회에서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니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다. 서울시의 경우 주거면적 43㎡ 이하에 사는 도시 근로자 1명이 3명의 가족을 부양하는 데 드는 월평균 가계지출 비용에 빈곤 기준선(57%)을 적용했다. 서울시 생활임금의 기준이 되는 빈곤 기준선은 해마다 높아진다. 2016년 52%에서 올해 57%를 적용했다.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생활임금은 외벌이 3인 가구의 경우 7664원, 맞벌이 4인 가구는 7553원이 적정하다는 연구용역을 실시해 놓고, 정작 책정한 금액은 6880원이다. 당시 최저임금 6470원보다 410원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올해는 8600원으로 25% 오른 금액을 생활임금으로 책정했다. 재정 여건이 예년보다 나아졌다는 이유다. 경기도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약속한 정부보다 1년 앞서 2019년 생활임금을 그만큼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놓은 우리나라 2인 가구의 근로자 월 생계비 270만 원을 기준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5 생활임금 얼마나 올랐나

올 생활임금은 역대 최대치로 오른 최저임금만큼이나 부쩍 인상됐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란 비난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천시는 올해 생활임금을 전년 대비 25% 인상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인상치인 1만 원에 가깝게 생활임금을 올린 광역단체도 3~4곳에 달한다. 전남도(9370원)와 서울시(9211원), 대전시(9036원)의 생활임금이 9000원대를 넘어섰고, 기초단체 중에는 광주 광산구가 9780원으로 1만 원에 220원 모자라는 생활임금을 책정했다. 인천 서구(9400원)와 경기 화성시(9390원) 등은 저마다 생활임금을 전국 지자체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생활임금을 경쟁적으로 인상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 소속의 단체장도 예외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년 대비 12.4%를, 한국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도 12.5%를 각각 인상했다.

6 최저임금 1만원되면

문제는 최저임금이 1만 원까지 인상될 경우 생활임금은 얼마만큼 오를 것이냐다. 보통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되는 생활임금을 1만 원 이상으로 올릴 경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공공기관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민간기업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보다 월평균 30만~50만 원가량 급여를 더 받는 경우다. 시급 7530원 최저임금에도 영세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나오는데 최대 2000원 이상 많은 생활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경우 민간부문의 임금 인상 압박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가령 생활임금을 시급 9036원으로 인상한 대전시의 경우 법정근로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월 188만8520원을 급여로 받게 된다. 최저임금 기준보다 31만 원가량 많다. 대전시는 이 같은 생활임금을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까지 확대해 저임금 근로자 1200명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면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 포퓰리즘 논란

2013년 서울 성북·노원구와 경기 부천 등에서 생활임금을 처음 도입하자 이듬해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 낮은 최저임금(4860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생활임금 도입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2670원 최저임금이 인상된 상황에서도 생활임금을 경쟁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단체장의 ‘선심성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생활임금 인상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의 생색내기용이 돼선 안 된다”며 “생활임금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급격히 인상할 경우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생활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최저임금 상승을 부추겨 노동시장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도 “각 지자체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생활임금을 정하고 있지만 최저임금과 경쟁적으로 인상을 유도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8 생활임금 영향

생활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으로 소득이 늘고 소비가 증가해 분명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인천시청에서 화단 관리일을 하는 기간제 근로자 김모(65) 씨는 올해부터 179만7000원을 받는다. 인천시 생활임금이 올해 시급 86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월급이 늘었으니 손자 용돈도 줄 수 있고, 아내와 어느 정도 문화생활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천시는 김 씨와 같은 기간제 근로자 450명의 인건비를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려주면서 15억 원의 예산을 더 반영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저임금 인상 폭이 커졌고 공공부문 일자리의 정규직 전환으로 적용 대상도 크게 줄었는데, 굳이 별도의 생활임금을 책정해 재정을 부담하는 것은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중복된 정책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울산시의 경우 생활임금을 올해도 도입하지 않았다. 상당수 근로자가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고,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 또한 정규직으로 전환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9 해외사례

영국의 경우 지자체가 아닌 시민단체에서 처음 공공부문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임금 실현을 위한 캠페인이 이뤄졌다. 2004년 런던시장 선거 과정에서 시민단체 제안으로 생활임금이 공약으로 받아들여졌고, 지금은 법정 최저임금의 130% 수준인 시간당 9.75파운드(약 1만4800원)의 생활임금이 책정돼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 런던 외 지역은 8.45파운드. 연령별로 25세 이상은 7.5파운드, 21~24세는 7.05파운드, 18~20세는 5.60파운드 등 세분화된 생활임금이 적용된다. 2007년 생활임금을 도입한 자산 규모 영국 3위인 바클레이즈 은행은 식당과 청소 근로자의 고용유지율이 각각 54%에서 77%, 35%에서 92%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기업의 80%는 노동의 질을 높이는 한편, 결근율을 25%가량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10 민간부문 확대 가능할까

앞서 영국의 사례처럼 생활임금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누가 먼저 ‘생활임금 1만 원 시대’를 열지 타이틀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실질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물가와 소비환경 등을 감안한 생활임금 산정체계를 구축하고, 그에 따른 전담 기구 설치도 필요하다. 또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임금 격차를 줄여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천시 생활임금제도 실행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최태림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생활임금은 중장기적으로 민간영역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정책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조례로 운영되는 생활임금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지역별 생계비용 계측을 위한 데이터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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