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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2일(金)
“남아선호 타파없이 경제성장 없다”… 인도, 性평등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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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차원 ‘Me Too’ 캠페인

아들을 낳을 때까지 출산 강요
1년간 性감별 낙태 1560만건

출생신고 않는 女兒 6300만명
원치않는 여아 무려 2100만명

아들에만 가업 승계·재산 상속
딸은 결혼 지참금 탓 ‘빚덩이’

性평등 정책 최우선 순위 올려
여성 교육 지원 대폭 확대키로


지난달 29일 인도 정부가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발간한 ‘2017∼2018 연례 경제조사보고서’는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다. 이례적으로 분홍색 겉표지를 쓴 데다 보고서 안에는 ‘#미투(#MeToo)’라는 해시태그까지 달렸다. 경제조사보고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성과 남아선호’라는 제목으로 인도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성 비율 문제를 별도로 다뤘다. 인도 정부는 올해 최우선 경제 과제로 ‘성평등’을 꼽았다. 왜곡된 성평등 의식에 바탕으로 둔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을 타파하지 않고선 지속적인 경제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인도 정부의 인식이다.
◇원치 않는 여아 2100만 명

화제가 된 인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선 6300만 명 이상의 여자아이가 낙태됐거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사라져 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부모가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답변한 여자아이가 2100만 명이나 존재했다. 보고서는 원치 않는 딸의 존재가 이렇게나 많은 것은 강력한 남아선호사상에 의해,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해서 출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남자 형제보다 못 먹고 못 배우게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많은 가임기 인도 여성이 아들을 낳으라는 가족의 압박에 시달리며 출산을 거듭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게 될 기회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성감별에 의한 낙태도 인도 사회에서 횡횡하고 있다. 피임 및 낙태 지지단체인 구트마커연구소가 지난달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인도에서는 1560만 건의 낙태가 발생했으며 정부 추정치보다 20배 이상의 낙태 시술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도 여성·아동발달부도 매년 인도에서 2000여 명의 여아가 낙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 같은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낙태를 막기 위해 성감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임신 20주 이전에 한해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적 성감별 후 여자아이를 지우기 위해 이뤄지고 있다고 인도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딸=빚이자 근심’ 문화

인도에서 이처럼 성차별의 상징인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것은 딸을 낳는 것이 사회적·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도에서 가업의 승계와 재산 상속은 아들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무엇보다 딸을 시집보낼 때 부모가 지불해야 할 지참금 탓에 많은 부모가 딸을 결혼시킬 때 부채를 떠안게 된다. 따라서 가난한 시골 지역에서는 딸을 낳는 것이 빚을 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인도의 높은 성범죄율도 남아선호사상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인도 사회를 공분케 한 8개월 여아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뉴델리에서 발생했던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건은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특히 최근에는 아동 성범죄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데 2016년 인도범죄기록국에 등록된 아동 성폭행 건수는 1만9765건으로 2015년 1만854건에 비해 82% 증가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인도에서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아들 낳는 약’이 유통되고 아들을 낳기 위한 미신이 유행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돼 왔다.

◇강해지는 인도 정부의 성평등 정책

인도 정부가 앞장서서 미투캠페인을 외치며 남아선호사상 타파 및 성평등 운동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인도 정부는 최근 해외투자유치를 위해 세계은행(WB)이 국가별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비교해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EDB)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DB 평가에서 인도의 낮은 여성취업률이 늘 걸림돌이 돼 왔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이번 경제보고서에서 EDB 순위 개선을 위해 성평등을 정책적 최우선순위에 놓겠다고 밝혔다. 여성이 출산을 자신의 의지대로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여성의 경제 참여가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2015∼2016년 여성 고용률은 24%로 2005∼2006년 36.3%보다 12.3%포인트나 떨어졌다.

여성의 안전 및 교육을 증대하기 위한 정책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2016년 인도 의회는 2017년부터 여성 안전을 위해 모든 휴대전화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2018년까지 모든 휴대전화에 GPS를 탑재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버스에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의회를 통과했다. 인도 정부는 또 여아 비율이 특히 낮은 100개 지역을 선정해 태아 성감별을 철저히 단속하고 여성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딸을 지키자, 딸을 교육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여성 대상 범죄를 줄이고 여성에 대한 인식 및 교육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 보고서에서 “남아선호사상을 비롯해 모든 성불평등 문제가 개선돼 ‘부모에 의해 버려진’ 여아들을 이 사회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
e-mail 김다영 기자 / 사회부  김다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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