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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2일(金)
관광객을 오래 머물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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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외국인 관광객은 체류 중인 방문 국가의 ‘일시적인 국민’이다. 마찬가지로 내국인 국내 관광객도 방문 지역의 ‘일시적인 주민’이다. 법적 지위나 제도적 개념을 빼고, 거주와 소비만 보면 그렇다. 외국인 관광객은 체류국가 국민과,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은 여행지의 지역 주민들과 같은 땅에서 입고, 먹고, 잔다. 관광객은 체재국 국민과 체재 지역 주민과 똑같이 소비하고 생활한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그 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의 하루 평균 관광객 체재 인구는 15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 서귀포 인구는 18만6371명. 제주에 머물고 있는 관광객 숫자가 늘 서귀포 시민 숫자에 육박하는 셈이다. 제주 인구는 해마다 늘어 오는 2025년에는 인구 10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의 ‘인구’에는 관광객도 포함된다. 100만 명 중 고정인구인 지역주민이 75만 명이고 체류인구, 그러니까 관광객은 25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관광객인 셈이다.

유동인구는 고정인구보다 소비 규모가 크다. 여행자들이 거주자보다 씀씀이가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적정 규모 이상의 관광객 유치는 독(毒)이 된다. 유동인구의 숫자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지역사회에는 환경, 교통, 주거 등 생활환경의 질 저하에 따른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제주의 경우 주민들이 느끼는 관광 개발에 대한 피로감은 상상 이상이다. 제주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투표를 한다면 제주도민의 70% 이상이 관광객 확대에 반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광 총량을 줄이면 소비 감소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 게 뻔한 상황. 그렇다면 답은 관광객의 장기 체재에 있는 게 아닐까. 관광객 100명이 3일을 묵고 가면 총숙박 수는 300박이다. 50명이 6일씩을 묵어도, 25명이 12일씩을 묵어가도 총숙박 수는 같다. 같은 총숙박 수라면 많은 사람이 짧게 머물고 가는 것보다, 적은 인원수가 오래 체류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관광객의 장기 체재는 이득이 많다. 우선, 단기여행자보다 이동의 동선이 짧아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단기여행자가 유명 관광지 위주로 방문한다면, 장기 여행자는 지역의 구석구석을 뒤진다. 고른 지역에 관광 소비의 효과가 돌아가도록 하고, 거대자본의 관광시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호주머니에도 직접 돈이 돌도록 해준다.

정부는 틈만 나면 저가여행 상품의 퇴출과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관광 정책의 목표로 말하지만, 고가와 저가를 가르는 건 시장이다. 수요가 있는 저가상품을 인위적으로 퇴출할 수도, 고가 상품으로 관광객의 소비를 확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관광객의 체류 기간 연장을 정책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효율과 수입 증대를 위한 전략 차원을 넘어 관광객을 ‘돈 들고 오는 손님’이 아닌, 함께 먹고 자는 ‘이웃’으로 받아들이자는 얘기다. 덧붙이자면 오래 묵어갈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지역의 매력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한층 더 가꿔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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