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인권 압박>‘北인권’ 애써 외면하는 文정부와 여당

美 강조에도 별다른 언급 없어
통일부 北인권담당 부서 축소
與는 ‘인권재단’ 이사추천 미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도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의 중심을 북한 인권보다는 교류·협력에 두고 있다. 통일부에 북한 인권 문제를 담당해온 공동체기반조성국을 폐지하고 인도협력국을 8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인도협력국은 2009년 5월 폐지된 바 있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서 과거 인도협력국 기능에 북한 인권 업무까지 포괄하는 공동체기반조성국이 만들어졌고, 북한인권과가 선임부서였다. 이번에 인도협력국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북한인권과 대신 인도기획협력과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위상이 강화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북한 인권은 주요 이슈가 아니다. 인권위 내에서도 북한 인권 업무 담당 조직이 줄어들고 업무도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낸 뒤 언론발표문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언급하며 “한·미 양국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정도가 전부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국빈 만찬에 탈북자 이성주 씨를 초청한 것도 한국 정부가 아닌 주한 미 대사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표류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출범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재단의 상근 이사직을 요구하며 이사 추천을 계속 미뤘는데 현 정부 들어서도 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여당이 된 뒤에도 이사 추천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 이사진은 12명으로 여당 추천 5명, 야당 추천 5명, 정부 추천 2명인데 상근직인 이사장과 경영기획본부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다투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북한인권재단 설치가 지연되는 데 대해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증거”라며 “같은 동포의 인권유린 문제에는 일부러 눈을 감고 김정은 정권에 대해선 저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이 정부가 말로는 ‘인권’을 외치면서 북한 인권은 돌보지 않는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민환·김윤희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