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의 ‘자유민주주의 國體 변경’ 發想부터 위험하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여야 모두의 공약이라며 당론 확정을 서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3월까지 국회 개헌안 발의가 어려우면 ‘대통령 발의’에 나서겠다고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개헌의 현실적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극적이던 자유한국당도 최근 자체 개헌안을 준비하는 등 적극 대응으로 선회했다. 30년 된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 요구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런 대응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막연한 당위성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개헌’이냐에 대한 국민적 합의다. 또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제왕적 대통령 권한’논란, 지방 분권 등 권력 구조 부분을 제외하면 현행 헌법을 시급히 바꿔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기본권 조항 등이 보편적 원칙을 담고 있어 헌법재판소의 해석 등으로 얼마든지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당이 1일 개헌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는 개헌 방향은 그 지향점을 의심할 정도로 정도(正道)를 벗어났다. 다음의 세 측면에서 대한민국 ‘국가 이념(Staatsidee)’,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국체(國體)를 변경하려는 의도로까지 읽히기 때문이다.

첫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들어내려 했다. 민주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다 넓은 의미의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내용들이 ‘좌편향’ 물의를 빚었던 국회 개헌자문위 안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런 저류는 여전해 보인다. 자유민주주의 개념은 1987년 개헌 당시 ‘인민·민중 민주주의’와 구분하고, 독재 체제를 다시는 허용하지 않기 위해 국민이 압도적 지지로 채택한 국가 정체성이다. 당시 분단 국가였던 독일기본법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국가 이념으로 하고, 통일 뒤에도 유지하고 있다. ‘자유’를 제거하자는 움직임에 대해 대해 민주당 의원 120명 중 70명 이상이 반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흔들 우려도 있다. 헌법 제119조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시장경제 체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가 경제적 자유를 위협해서도, 공개념 확대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민주당 개헌안에는 ‘사회적 경제’와 토지 공개념 강화 등 국가 개입을 확대하는 조항이 크게 늘었다.

셋째, ‘촛불’에 대한 오독(誤讀)과 대의민주주의 약화 시도 역시 심각한 문제다. 민주당은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 계승 등의 문구도 추가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와 국민적 합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 특히 ‘촛불’은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한 저항이었을 뿐, 혁명과는 전혀 다르다. 이를 빌미로 대의제를 훼손하려는 움직임도 위험하다. 야당이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하는 만큼 이런 개헌안이 통과될 수 없음은 여당도 잘 알 것이다. 지지층 결집용, 대야 협상용 얘기까지 나온다. 그렇더라도 집권세력이 국가 정체성을 바꾸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발상(發想)부터 접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