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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김만권의 멘털 노트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5일(月)
근거없는 기대감에 욕심·흥분… 버디 후엔 보기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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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오른쪽)에게 우승을 내준 최혜진(왼쪽)이 베스트 아마추어 메달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확증편향… 기대될 때가 위험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용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현상
티샷 잘 맞은 후 기대감 상승
두번째 샷에선 실수 많이 해

지난해 LPGA US여자오픈
박성현과 우승 다툰 최혜진
‘50년만의 아마추어 우승’꿈
기대 너무 커 통한의 미스샷


골프 라운드에서 가장 위험할 때는 언제일까. ‘핀으로부터 150야드 거리 이내에 있는 정중앙 페어웨이에 있을 때 가장 위험한 샷이 나온다’란 말이 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고, 실제 그런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드라이버샷이 기가 막히게 잘 날아갔다. ‘오잘 공’이다.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힘차게 두 번째 샷을 구사한다. 하지만 어이없는 결과가 나온다. 평소에는 전혀 나오지 않던 미스샷이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증상은 하이핸디캐퍼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골프에 자신이 있다고 하는 로핸디캐퍼에게도 종종 찾아간다.

가장 좋은 위치, 가장 좋은 기회에서 왜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이는 기대의 심리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론 기대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대하는 게 위험한 때도 있다. 그리고 이를 간과하는 우를 범하는 예도 참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첫 번째 샷이 좋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되고 욕심이 생긴다. 기분이 좋아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흥분된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하지만 흥분이 남아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샷을 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실망하게 된다. 실망은 다음 샷에 영향을 미쳐 버디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버디를 한 홀 다음에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적어내곤 하는데 흔히 말하는 ‘버디 값’이다. 주말 골퍼에게만 한정된 건 아니다. 프로도 가끔 이런 경험을 한다.

기대는 확증 편향을 낳기도 한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용하고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즉,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다. 정보의 객관성과는 상관없다. 실제로 150야드 안에서 버디를 챙기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버디만 기억한다. 따라서 드라이버샷을 잘했다면, ‘이번에는 분명히 버디’라고 여기면서 힘차게 두 번째 샷을 날린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이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까지 대회장을 지켰던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지막 18번 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는 박성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의 또 다른 관심은 당시 아마추어였던 최혜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 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최혜진은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16번 홀(파3)에서 통한의 더블보기를 범했고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은 물거품이 됐다. 최혜진은 2라운드가 끝난 뒤 기사를 통해 자신이 우승하면 50년 만에 US여자오픈을 제패하는 아마추어 선수가 된다는 걸 알았다. 최혜진은 “50년 만의 아마추어 US여자오픈 제패를 달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날 15번 홀까지 박성현과 공동 선두였던 최혜진은 16번 홀에서 티샷을 물속으로 보내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혜진은 “8번 아이언 거리인데 바람 때문에 7번 아이언으로 컨트롤샷을 시도했고 미스샷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대감을 품어 지금에 이르렀고, 기대감 덕분에 인내하고 노력하며 견딘다. 하지만 기대가 항상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지는 않는다. 때때로 우리를 버겁고 힘들게 한다. 기대에 찬 나머지 ‘오버액션’을 하고, 버거운 기대로 좌절하기도 한다. 기대하는 것이 좋다는 말인지 아니면 안 해야 한다는 말인지 애매하다. 이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건 비현실적인 기대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린 ‘기대’의 함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현실적인 팩트에 집중해 침착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골프계의 전설 진 사라센(미국)은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때는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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