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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5일(月)
‘태극기’가 가장 빛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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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대한민국 정체성 표현하며
국민 자긍심·일체감 상징
‘9·28 서울 收復’ 기록도

올림픽 유치 취지 망각한 채
인공기 예우 앞세우는 식까지
그래서는 성공 기대할 수 없어


태극기에 대한 역사적 장면이 적지 않지만, 6·26전쟁 당시 국군이 북한군에 한때 점령당했던 서울을 수복(收復)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청사였던 중앙청에 다시 태극기를 게양하는 모습도 대표적인 예다. 그 주역은 당시 소위로, 2010년 타계한 박정모 예비역 대령이었다. 해병 제1연대 2대대 6중대 1소대장이었던 그는 미(美) 해병 5연대 작전 구역이던 중앙청에 먼저 진격해 1950년 9월 27일 태극기를 내건 과정을 이런 요지로 증언했다. “26일 오후 3시에 우리 소대는 서울시청을 탈환해 태극기를 게양하고, 스탈린과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를 떼어내 불살랐다. 중앙청에도 꼭 내 손으로 태극기를 꽂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27일 새벽 3시 진격을 개시한 나는 기관총과 박격포로 저항하는 적을 뚫고 포연 가득한 중앙청에 진입했다. 태극기를 몸에 감고 부하 최국방·양병수와 함께 대원들의 허리띠를 이어 만든 줄을 타고 지붕에 올라 장대에 태극기를 동여매 내걸었다. 아침 6시쯤이었다.” 그 하루 뒤인 28일이 공식 서울 수복일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교과서 사진으로 기억하는 해당 장면은 1959년에 서울 수복 9주년 기념행사로 재연한 것이지만, 대한민국 정체성과 국민 자긍심·일체감 등 태극기의 상징적 무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태극 전사가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를 바라보며 감격해 흔히 눈물을 흘리는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스포츠 선수의 꿈인 국가대표로 올림픽 제패를 이룬 기쁨과 그 과정에 쏟은 피땀의 뿌듯함에 대한민국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합쳐져 가슴 벅차게 하는 상징물이 태극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성취감과 긍지는 선수 개인을 넘어 국민이 공유한다.

평창올림픽에서 개최국 대한민국 정부·국민은 그런 태극기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태극기 자체를 가리기까지 한다. 개·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의 느닷없는 단일팀 출전 결정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에서 태극 마크가 사라지게 된 것뿐만이 아니다. 개막 전날 세계를 상대로 인공기 아래 무력을 선전할 북한의 열병식에 대한 공공연한 비호도 그런 처사다. 문 대통령의 외교통일안보정책 멘토라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가까운 예다. 그는 2일 “미국이나 우리가 볼 때는 위협적일 수 있지만, 그쪽에선 ‘우리가 이걸 이렇게까지 만들었다’는 자랑스러운 전시행사”라고 했다. 평창올림픽 상황을 태극기 아닌 인공기가 주도해도 상관없다는 인식으로도 비친다. 그런 식이니까 북한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우연의 일치”라며 감싸줬는데도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대목을 트집 잡아 또 ‘갑질’을 반복했다. 3일 노동신문을 통해 ‘건군절 기념행사가 그렇게도 기겁할 일이면 애당초 올림픽 개최 날짜를 달리 정할 것이지, 이제 와서 횡설수설’ 운운에 이어,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한다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그늘이 지게 하는 결과밖에 가져올 것이 없으며, 그 책임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는 적반하장 협박도 덧붙였다.

평양 열병식 당일 강릉에서 공연할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인 북한군 대좌 계급의 현송월이 선발대로 방남했을 때, 그를 위한 특별 전용열차까지 운행하며 국가원수급 대우를 한 것도 의미로는 인공기 예우를 앞세워 태극기를 드러나지 않게 가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악의 인기 없는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올림픽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데 대해 남조선 각계도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허위 선전하는 것이 북한 정권이다. ‘핵 무력 완성’의 인공기를 더 펄럭이게 하려는 ‘김정은 올림픽 책략’에 더는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다. 개·폐회식 입장 선수단은 이미 합의해 어쩔 수 없을지라도, 그 외엔 한반도기 아닌 태극기의 물결로 압도해야 한다. 혼신의 힘을 쏟아 감동의 드라마를 준비해온 대한민국 선수들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성원(聲援)도 경기장 안팎에서 있어야 한다. 태극기와 태극 전사들을 최대한 빛나게 하면서 대한민국의 세계 위상을 더 높이는 일이 평창올림픽 유치의 본래 취지를 실현하는 것임을 결코 망각해선 안 된다. 그것을 잊고도 성공한 올림픽으로 역사에 남기를 기대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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