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강조점 다른 韓·美통화… 평창 이후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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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 대한 한·미 양국의 발표 내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같은 통화를 했음에도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니 나오는 말도 제각각인 것이다. 대북 정책에 대한 양국 간 온도 차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많다.

지난 2일 밤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진 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이 문제에 함께 협력하는 서로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화 내용 브리핑에서 이 부분을 쏙 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인권이 통화의 주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으로 탈북자 8명을 초대하는 등 대북 압박 수단으로 북한 인권을 부각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을 앞두고 관련 사안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앞선 통화에서도 강조점은 달랐다. 백악관은 지난달 4일 한·미 정상 통화가 진행된 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면서도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 작전을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0일 통화에 대해서도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는 ‘압박’이란 단어가 없었다. 청와대는 남북 대화의 성공,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문제는 평창올림픽 이후다. 두 정상 간의 상이한 인식이 ‘현실’과 마주할 시간이 머지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29일 “세계 각국 정보기관 파트너들과 김정은이 불과 몇 달 뒤엔 핵무기를 미국으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란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런 긴박한 시기에 한·미 양국의 엇박자는 돌이킬 수 없는 실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의 모멘텀이 지속돼 북·미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지만,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할 뜻을 밝히고 있다. 만약 한국의 대화 시도가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를 낳는다면 미국에서는 책임론을 제기할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자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그들(남북)은 올림픽과 관련해서 대화하고 있다. 그것은 나쁘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다음은 누가 알겠느냐. 우리는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문 대통령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북한 심기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다. 운전석에 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의 협력을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유민환 정치부 기자 yoogi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