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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5일(月)
헌법의 ‘자유’ 삭제는 대한민국 否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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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더불어민주당도 단지 “참고 자료일 뿐”이라던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좌경 개헌안’을 베낀 듯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의 ‘자유’를 삭제한 개헌안을 내놓았다. 야당이 반발하자 4시간 뒤 그것은 “원내대변인의 실수”라고 했다. 그런데 중·고교생들이 2020년부터 배울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의 초안을 보면 자유민주주의가 역시 민주주의로 대체돼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자유를 뺀 개헌안이 단순한 참고자료만도, 대변인의 실수 문제만도 아님이 분명하다.

북핵(北核)을 머리에 인 채 언제 전쟁이 날지 불안한 우리의 안보를 대한민국을 둘러싼 4강과 김정은의 권력정치에 맡겨놓고 위기 극복에 써야 할 국민의 지혜와 에너지를 개헌하는 데 쏟으면서 자유를 넣느냐 빼느냐를 논하고 있으니 한심하고 화가 난다. 우리가 어떻게 얻어 어떻게 지켜온 자유인데 무엇을 위해서, 무슨 권한으로 그렇게 쉽고 가볍게 자유를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일제의 탄압과 착취에 맞서 싸운 애국지사들의 헌신과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자유·독립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받고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를 배척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세우는 헌법을 제정하고 그 구상에 따라 자유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그 후 6·25를 비롯한 북의 끊임없는 적화통일의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면서 자유를 지켜 오늘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함으로써 지금 우리 땅에서 평화의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까지 됐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부(富)는 말할 것도 없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및 법치주의를 그 핵심으로 하는 대한민국헌법의 성취물이다. 이 헌법체제가 주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우리에게 존 로크의 자유·생명·재산으로 요약할 수 있는 자유와 부를 누릴 수 있게 해줬다.

자유민주주의와 함께하는 법치주의(the Rule of Law)에서 법은 첫째 자연법, 정의, 기본적 인권 등을 내용으로 하고, 둘째 권력통제의 기능을 기본으로 하며, 셋째 정치로부터 독립한 사법권을 최후 보루로 한다. 나치독일, 소련, 북한과 중국 등 독재국가에서도 강조하는 법치는 부정부패의 방지 등 독재정치의 효율성 증진을 위한 것일 뿐, 위 법치주의의 요소들을 결(缺)하고 있다. 그래서 법치(the Rule by Law)라고 불린다. 그곳에서는 정치가 법의 우위에 선다.

근래 ‘재판이 곧 정치’라는 한 판사의 발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은 ‘촛불 시위에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에서 펴낸 한 책자의 기술, 기왕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대법원의 조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코드 인사의 의혹을 지닌 신임 대법원장의 명령으로 강행한 추가 조사 결과 블랙리스트는 없으나 국정원 댓글 사건 대법원 재판에 청와대와 거래가 있었던 듯 비쳤고, 이에 반발하듯 나머지 13명 대법관의 유감 표명, 이에 이은 3차의 조사명령 등 일련의 사례들은 우리나라의 법치주의가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하게 만든다. 사법권 독립의 기본은 법의 독립에 있는데, 지금 입법·행정·사법에 걸쳐 촛불의 코드정치가 휩쓸고 있다.

북한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자유를 배제한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이리라.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 진보민주주의까지도 포용한다. 우리가 노예가 되는 평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패트릭 헨리의 절규가 오늘날 우리의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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