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선 나만 보일 걸”… 겁없는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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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적지만 투지·패기로 중무장… 돌풍 예고

쇼트트랙 황대헌
막판 폭발력 이미 세계 정상급
왼팔 통증 재활… 컨디션 절정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
女대표팀 막내 ‘제2의 이상화’
주니어 세계신기록 인정 받아

스노보드 클로이 김
여자 하프파이프 세계랭킹1위
女선수 최초 100점 만점 획득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자기토바, 출전 선수중 최연소
지난달 유럽선수권 정상 등극

메드베데바, 풍부한 경험 장점
깜찍한 연기력·폭발적 점프력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겁 없는 10대 돌풍이 감지되고 있다. 경험은 적지만 투지와 패기로 중무장,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위협하는 ‘젊은 피’에게 올림픽은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전 세계 스포츠팬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에서 파란과 이변을 연출한다면 단번에 월드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단에도 빙판의 반란을 꿈꾸는 무서운 10대가 포진하고 있다. 황대헌(19·부흥고)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막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남자 500m, 1000m, 1500m, 그리고 5000m 계주 출전을 앞두고 있다. 황대헌은 179㎝, 73㎏으로 매끈한 스타일. 하지만 몸싸움에 강하고, 지구력이 뛰어나다. 체력을 비축한 뒤 레이스 막판 치고 나가는 폭발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았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500m 랭킹 1위. 황대헌은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 1500m에서 은메달, 2차와 3차 대회에서 금메달, 4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11월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선 2분 14초 209로 샤를 아믈랭(2분 14초 179·캐나다)에게 불과 0.03 뒤져 3회 연속 우승이 무산됐다. 당시 왼팔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쇼트트랙은 곡선주로에서 왼팔로 빙판을 짚어 몸의 중심을 잡는다. 왼팔에 통증 등 이상이 있으면 레이스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황대헌은 4차 대회 이후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고 컨디션을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남자 1500m는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일정의 스타트로 오는 10일 결승전이 치러진다. 황대헌이 주종목인 1500m에서 우승한다면 세계 최강 쇼트트랙 대표팀의 금메달 사냥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대표팀의 막내 김민선(19·의정부시청)은 ‘제2의 이상화’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열린 ISU 인터내셔널폴클래식 500m에서 37초 78을 작성, 10년 전 이상화가 세웠던 주니어세계신기록 37초 81을 경신하며 정상에 올랐다. 당시엔 도핑검사 기록이 첨부되지 않아 인정받지 못했지만, 최근 ISU는 김민선의 기록을 공인했다. 김민선은 지난해 12월 성인무대로 옮겨 월드컵 2차 대회에 출전해 6위에 올랐다. 이상화, 고다이라 나오(31·일본) 등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대선배들 사이 버티고 있지만, 김민선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4년 뒤 열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주인공은 김민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재미교포 클로이 김(18)은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간판. 나이는 어리지만, 여자 하프파이프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지존’이다. 클로이 김은 스노보드 신동. 익스트림게임에서 3연패를 차지하는 등 어릴 적부터 적수를 찾기 힘들었고 2016년 US스노보딩그랑프리에선 여자 선수 최초로 ‘백투백 1080’을 성공시켜 100점 만점을 받았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점프, 회전 등 공중 연기를 펼친다. 백투백 1080은 한쪽 슬로프에서 공중 3회전(1080도)을 한 뒤 반대쪽 슬로프에서 3바퀴를 연속으로 도는 고난도 기술. 그러나 클로이 김에겐 이제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스노보드 국제대회 만점은 남자부의 ‘살아 있는 전설’ 숀 화이트(32·미국) 이후 클로이 김이 처음이다.

클로이 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는 나이 제한 탓에 출전하지 못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 게다가 대한민국은 사랑하는 부모의 고국. 클로이 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으며 한국 이름은 김선이다. 4세 무렵부터 스노보드를 즐겼고 6세 때 전미스노보드연합회에서 주최한 내셔널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그의 부친 김종진(62) 씨는 딸이 내셔널챔피언십에서 입상하자 직장을 그만두고 딸과 함께 스위스로 스노보드 유학을 떠나 딸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그리고 이제 결실을 볼 때가 다가왔다. 클로이 김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르면 미국 스노보드 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다. 클로이 김은 “한국에 있는 할머니와 친척들에게 내 점프를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러시아는 도핑스캔들로 인해 대표팀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지만,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을 독차지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싱글은 러시아 10대 듀오의 접전으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나 자기토바(16)는 2002년 5월 18일생으로 2일까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은 참가자 중 가장 어리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종목은 2002년 7월 1일 0시 이전 출생자부터 참가할 수 있다. 자기토바는 주니어에서 벗어나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등장했지만,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다. 지난달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년간 무패행진을 벌이던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를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자기토바가 받은 238.24점은 메드베데바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받았던 241.31점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점수. 자기토바는 러시아 피겨의 전통적 단점인 에지를 매끄럽게 활용하고, 점프 기술력과 연기력은 물이 올랐다는 칭찬을 받는다.

물론 메드베데바 또한 여전히 우아하면서도 다이내믹한 개성을 뽐내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2016, 2017년 세계선수권과 유럽선수권을 모두 석권했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피겨 여왕’ 김연아(28)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작성했던 역대 최고인 228.56점을 5번이나 넘어섰다. 오른 발등뼈 부상으로 2개월 동안 치료, 재활에 몰두했다. 유럽선수권에서 자기토바에게 밀렸지만, 복귀전치고는 썩 훌륭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특히 지난 2시즌 동안 시니어 무대를 장악했기에 경험에서 자기토바를 앞선다. 깜찍한 연기력과 폭발적인 점프력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게 메드베데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