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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6일(火)
만경봉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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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1973년 10월 방송을 시작해 이듬해까지 방영된 MBC 드라마 ‘113 수사본부’는 간첩 잡는 대공(對共) 기관의 활약상을 다뤘다. 작고한 탤런트 전운 씨가 주연을 맡았던 이 드라마가 방송될 때마다 시골 마을에서 아주 잘사는 TV가 있는 집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여들어 극장으로 바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이 드라마에 단골로 나오는 것이 재일교포의 북송(北送)을 도맡았던 ‘만경봉호(號)’다.

6·25전쟁 이후 인력난을 겪던 북한은 일본 정부와 협의해 재일교포 귀환을 추진했고, 1959년부터 시작해 1984년까지 9만3340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초기에는 다른 배를 이용했지만 1971년 3500t 규모의 화객선 만경봉호가 취항하면서 재일교포의 북송을 전담했다. 이 배로 사람뿐만 아니라 친북 재일교포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서 거둬들인 돈과 물자가 북한으로 들어가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정은의 친모인 재일교포 출신 고영희도 이 배로 북한에 들어갔다. 북한 공작원들이 이 배로 일본을 통해 국내까지 들어오는 등 ‘만경봉호’는 한번 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다는 공포의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만경봉호는 1992년 김일성의 80회 생일을 맞아 조총련이 소속 상공인들의 지원을 받아 북한에서 건조한 만경봉 92호로 대체됐다. 9700t급으로 커지고 탑승 인원도 350명에 달한다. 주로 일본 니가타(新潟)시와 원산을 오갔는데, 북한 대외 교류의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 288명을 태우고 부산 다대포항에 입항해 북한 응원단 숙소로 쓰였다. 그러나 2006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 정부는 대북 제재 차원에서 만경봉 92호의 일본 입항을 금지했고,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금도 일본에 들어가지 못한다.

오갈 데가 없어진 이 배는 나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오가며 화물 수송에 투입됐지만, 유엔 제재 물품을 적재했다는 의혹을 받아 입항이 거부되면서 한때는 해상에서 연료가 바닥나 표류하기도 했다. 북한이 6일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예술단을 만경봉 92호로 강릉에 보내겠다고 5일 갑작스레 통보했다. 5·24 대북 제재의 허점을 콕 찌른 입항 소식에 어릴 적 만경봉호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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