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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6일(火)
평생 DJ맨의 10번째 黨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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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국민의당에서 ‘3선 의원급 당직자’로 통했던 A 씨. 성격 좋고 경험도 풍부해 따르는 후배도 많은 그가 5일 탈당계를 냈다. 6일 창당대회를 통해 공식 출범한 민주평화당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그는 10번째 당적을 갖게 됐다. 국회의원실 근무를 빼고 A 씨가 순수 당직자로 9개 정당에서 일한 기간은 12년 남짓. 평균 1.3년, 16개월에 한 번꼴로 당적이 바뀐 셈이다. 액면 그대로 평가하자면 철새 중에서도 왕철새 급이다. 하지만 사연을 알면 그에게 돌을 던지기 어렵다. 첫째, 아직 의원 배지를 단 적이 없는 A 씨의 당적 변경은 그가 원해서 한 게 아니었다. 당을 쪼개고 다시 붙이기를 반복한 사람들은 전·현직 중진의원들이다. 둘째, 일관성이 있었다. 민주당 → 대통합민주신당 → 통합민주당 → 민주당 → 민주통합당 → 민주당 → 새정치민주연합 → 더불어민주당 → 국민의당 → 민평당. 당명은 달라도 그의 선택은 늘 ‘김대중(DJ) 노선’이었다. 요컨대 A 씨는 제자리에 있었는데 그가 속한 정당의 간판만 바뀌었던 것이다.

아무리 정계 개편의 시기라 해도 누군가가 철새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은 많은 이에게 뜬금없는 일로 여겨질 법하다. A 씨가 전혀 특이사례가 아닐 정도로 잦은 당적 변경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우리 정치판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48년 제헌의회 이후 국회의원 총선거에 후보를 배출한 정당은 210여 개, 평균 수명은 약 30개월에 불과하다. 미국 민주당(1828년 창당)과 공화당(1854년), 영국 보수당(1830년대) 등에 비춰보면 가히 떴다방 수준이다. 정당의 수명은 특히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짧아져, 초선의원이 아닌 이상 ‘나는 텃새요’라고 나설 수 있는 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잦은 당적 변경을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소리를 듣기도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당적, 정당의 수명이라는 화두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한국 정당의 불안정성과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가치나 노선이 아닌 대권주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소멸하는 정당, 당이 쪼개질 때도 노선이 달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싫어서 갈라지는 정당, 내부 의견 차이를 극복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도 못 갖춘 정당, 선거 공약을 실행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정당. 이런 후진 정당이 선진 정치를 실현할 리 만무하다. 2016년 2월 2일 창당, 꼭 2년 4일 만인 이날(6일) 둘로 쪼개진 국민의당 역시 이런 한국 정당의 후진적 패턴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국민의당이 짧은 여정 끝에 미래당·민평당으로 재편되는 지금, 이들은 다시 ‘100년 정당’을 약속한다. 하지만 100년 정당의 꿈은 신당 추진세력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그나마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은 이들 모두 가치 중심 정당정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당 과정이 험악한 말싸움을 넘어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하기도 했지만, 이들이 갈라선 것도 어떤 정책을 펴고 어떤 정당을 지향할지를 둘러싼 노선 차이에서 비롯됐다. 몸뚱이 한쪽이 무너지는 출혈을 무릅쓰고 갈라선 이들이 이번엔 한국 정당정치사에 의미 있는 씨앗을 뿌릴지 두고 볼 일이다.

greentea@munhwa.com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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