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에서 ‘北 대변인’ 말까지 들은 文정부 저자세

국회 대정부 질문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대의정치의 장(場)이다. 전 과정이 공개·기록되는 것은 물론 국회TV 등을 통해 생중계되기까지 한다. 이런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북한 대변인’ 말까지 나온 것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일이다.

5일 정치·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느냐”고 물었고, 이낙연 총리는 “올림픽을 눈앞에 둔 시점에 재개다 뭐다 얘기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원님도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얼버무렸다. 정 의원은 유사한 질문을 8차례 이어갔고, 이 총리는 “그렇게도 못 알아듣겠습니까”라고 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일정 답변을 피하는 것은 동맹보다 김정은을 더 의식한 것으로 비친다. 다른 사정을 숨기고 있다면 국민 기만이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에 열병식 중지를 요구하거나 항의할 것이냐”고 물었고, 조 장관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때 여당 소속이기도 했던 이 의원은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열병식은 열병식이다. 대한민국 장관이냐, 북한 대변인이냐”고 개탄했다.

어렵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낸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 국민과 국제사회는 ‘북핵 제재 예외’까지 감수하며 북한에 끌려가는 행태에 동의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까지 동행해 ‘평창의 북한 선전장화(化)’를 막겠다고 나서겠는가. 정부는 북한만 신경 쓰다가 동맹 균열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심각하게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