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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7일(水)
“비트코인, 화폐가 아닌 자산”… 美·英·獨·日 등 세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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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가상화폐 규제’

“가상화폐 발행·판매는 사기”… 中·베트남, 전면금지 조치

범죄 단속·자금세탁 방지 등
각국 강력한 규제로 폭락 거듭
비트코인 7000달러선 무너져

美·싱가포르, 증권 규제 적용
공시 · 등록 위반시 처벌 의미
日, 취급업소 30곳 긴급 조사

韓, 실명제 안정적 규제 가닥
자산·상품·화폐로 인정 안해
양도소득세 등 과세방안 검토


사이버펑크라는 말이 있다. 사이버네틱스와 펑크의 합성어다. 사이버네틱스는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가 자신이 창안한 새로운 분야의 학문을 지칭한 것으로 ‘스스로 의도하는 특정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용어인 인공지능(AI)과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펑크가 반체제적인 태도를 가리킨다고 할 때 사이버펑크는 첨단 기술과 밑바닥 거리문화의 결합, 혹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기성 구조와 권위에 저항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신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가상화폐는 사이버펑크와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갖고 있다. 최공필 한국 금융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비트코인(세계 최초의 가상화폐)은 사이버펑크 집단이 개발했다. 그들은 자유 방임주의자이며 정부를 부정한다.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존재가 의심스러운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는 사실 여러 명이다. 그가 왜 사라졌겠나. 사라지지 않으면 비트코인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속에 자리 잡은 사이버펑크 정신은 중앙은행 제도를 가진 국민국가가 왜 가상화폐를 단속하지 못해 안달하는지 알게 해준다. 각국 정부는 계속 방치하다가는 국민국가의 근간 중 하나인 통화 제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각국의 강력한 규제 움직임 가운데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6453달러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7000달러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 국가들은 △투자 경고 △자금세탁방지 규제 △파생상품 규제 △가상화폐공개(ICO) 규제 △거래 규제 △과세 등을 통해 가상화폐 사용에 대해 규제하고 있으며 규제 강도는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소비자보호국, 독일 연방금융감독청, 싱가포르 통화청, 영국 금융감독청, 일본 금융청 등은 가상화폐, ICO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 단속과 자금세탁 방지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13년 비트코인으로 마약·총기를 거래한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폐쇄했고 미국 금융범죄단속반도 지난 2013년 가상화폐 취급업소를 ‘화폐서비스사업자(MSB)’로 분류해 자금세탁 방지 의무 부과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는 자금세탁 등 불법 용도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적 공조를 강조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프랑스 재무부도 지난 1월 중앙은행에 투기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가상화폐 규제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일본은 지난달 말 코인체크 해킹에 대한 후속조치로 일본 내 가상화폐 취급업소 30여 개에 대한 긴급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해 7월 레저X(LedgerX)를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청산기관으로 인가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는 지난 10월 말 비트코인 선물 도입계획을 발표했고 CFTC는 투자경고, 엄격한 통제조건 등을 내걸고 승인을 해줬다.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규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다.

ICO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ICO란 가상화폐 취급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코인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미국 SEC, 싱가포르 통화청, 홍콩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해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가상화폐 코인 발행을 증권법상 증권 발행으로 보고 증권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SEC의 조치는 ICO를 장려하거나 허용한다는 의미보다는 증권법상 공시·등록규제를 적용해 위반 시 처벌하겠다는 강한 규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EC는 지난해 9월 ICO 회사 2곳을 증권법상 반(反)사기와 등록 조항 위반으로 적발해 기소했다. 중국은 좀 더 나갔다. 중국 인민은행 등은 지난해 ICO를 금융사기·다단계 사기와 연관되는 불법 공모행위로 규정하고 ICO의 전면금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등 다수 국가는 아직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별도의 감독·규제 체계 도입 없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미국 뉴욕주와 워싱턴주는 가상통화사업에 대한 인가제를 도입했고 일본은 가상통화 교환업자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에는 지난해 말 현재 11개 회사가 등록돼 있다. 중국은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취급을 금지하고 급기야 지난해 9월 자국 내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한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베트남은 최근 가상화폐의 발행·공급·사용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다수 국가는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정의하고 국가별로 자산 관련 세법을 적용 중이다. 미국, 스페인, 스웨덴 등은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영국, 독일 등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부가가치세 과세 여부에 대해선 국가별로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세청은 가상통화 거래이득을 ‘잡소득’ 항목으로 부과하고 있다. 잡소득이란 이자·배당·임대·사업·근로·양도 소득을 제외한 소득을 말한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실시했고 자금 세탁 방지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으로부터 실명 활용이 가능한 가상계좌를 공급받지 못한 한 소규모 거래소는 거래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실명제 다음 단계로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과 같은 양도소득세 과세가 유력하다. 다만 한국은 가상화폐를 자산, 상품, 화폐 등 법적으로 어떤 형태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령 미국 국세청에선 자산, 미국 CFTC에선 일반 상품, 중국에선 가상 상품, 러시아에선 디지털 자산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를 명확히 규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가상화폐 붐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각 정부가 규제 방침과 이에 따른 규제 방안을 막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정도를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의미한 면이 있지만 한국은 가상화폐 거래 혹은 산업을 육성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규제 일변도의 중국 방식 도입은 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한 사례는 없으며 다만 자산 또는 상품으로 보는지는 국가별로 상이하다”며 “각국은 가상화폐 거래 규모와 참여자, 규제정책 기조 등에 따라 대응조치를 달리하고 있지만 사기범죄에 대해선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자동세탁방지 규제를 도입해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 차원에서 특히 ICO에 대해 규제 강도를 공통적으로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파생상품 청산기관 인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비트코인 선물 도입 등 미국과 같이 가상화폐를 재화로 보는 국가에선 가상화폐를 파생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고 일본의 낮은 규제 수준의 등록제 도입, 스위스 추크 지역의 크립트밸리 지정 등과 같이 가상화폐 거래와 산업을 장려하는 예외적인 대응조치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유회경·최재규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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