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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7일(水)
뉴욕·LA·시카고 등 ‘보헤미안’ 많은 곳이 경제수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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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 세계 도시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주민들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도시 문화의 창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미시간주 한 도시에서 낡은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변경하는 리모델링 작업 모습. 자료사진

■ 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⑫ 도시와 문화의 상관관계

문화적 활력 잘 구비된 지역선
창의성 바탕 일자리 창출 효과

韓 창의성 발휘 인구 12.4%뿐
40%대 유럽 국가에 크게 뒤져
美는 32.61%… 日은 18.65%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첼시 등
낙후상권 활성화…임대료 올라
한국의 삼청동·홍대·신사역도
‘젠트리피케이션’ 어려운 숙제

시장원리·정부개입 해법갈려
중앙보다 지방정부가 풀어야
중요한 건 ‘공동체’ 만드는 것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식 토크쇼로 인기를 끌었던 알쓸신잡의 한 에피소드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진보 지식인의 톱스타라 할 수 있는 유시민 작가가 이때 재미있는 발언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역사적으로 늘 있어 왔고 이를 풀 뚜렷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항상 깔끔하고 뚜렷한 생각을 내놓던 유 작가가 그런 대답을 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역이 개발이 되고 이른바 ‘핫(hot)’한 지역이 되면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산이 늘어가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임차인인 상인들과 거주자들은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렇다고 도시개발을 그만둘 수도 없다. 이 문제를 과연 풀 수 있을까?

최근 ‘골목길 자본론’이란 책을 출간하며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교수는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소상공인이 만드는 다양한 골목상권이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가 정의하는 경쟁력 있는 골목상권은 여섯 가지다. 문화 인프라와 안정적인 임대료, 기업가정신과 접근성, 도시 디자인 그리고 정체성이다. 이 여섯 가지의 요소들의 앞 글자를 따서 이를 C-READI 또는 Culture-READI 모델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중에서도, 모 교수는 문화 인프라와 정체성이 골목상권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그 골목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문화가 없으면, 다른 조건들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 골목상권이라 할 수 있는 ‘홍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화가들의 동네였다. 홍익대가 미술 명문이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많은 화랑, 미술학원, 예술가 작업실, 소규모 출판사 또는 인디뮤직 산업들이 중추 역할을 해 왔다. 강남 신사역 주변에 구성된 ‘가로수길’ 역시 갤러리, 화방 그리고 건축사무소가 대부분이었고, 삼청동도 갤러리가 중심이 되는 고즈넉한 동네였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시크함의 대명사인 뉴욕의 소호 지역은 원래 도널드 저드(Donald Judd)나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 같은 작가들이 임대료가 낮다는 이유로 거주와 작업 공간으로 선호했던 곳이다. 1960년대에는 잭 케루악(Jack Kerouac)이나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윌리엄 버로스(William Burroughs) 같은 비트세대들이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만나곤 했다. 당시에는 위험해서 주거지로는 상상도 못 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뉴욕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동네다. 뉴욕에서 갤러리 거리로 유명한 첼시도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육공장이나 폐쇄된 창고가 가득했던 곳이다. 하지만 예술가들과 갤러리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며 골목길 상권이 뜨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맨해튼의 그래머시, 로어 이스트 사이드, 헬스 키친, ABC 디스트릭트와 악명 높았던 할렘까지, 예술가들이 정착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개발됐다. 살인적인 임대료로 유명한 뉴욕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은 소호, 그리니치 빌리지, 첼시에 모여 살다가 다시 저렴한 지역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자리 잡기 시작한 곳이 맨해튼에서 떨어진 퀸스의 롱아일랜드 시티나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같은 공장 지역이다. 물론, 모두 예상했다시피 이 지역들도 갤러리와 상권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도시와 문화

도시개발 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도시재생 혹은 도시의 재발견은 창조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보헤미안 인구통계와 도시 경제 수준을 비교해 보자. 여기서 보헤미안이란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말한다.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보헤미안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도시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시카고다. 모두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곳들이다. 한눈에 보아도 보헤미안 인구가 많을수록 경제 수준 또한 높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EU)에서 실시하고 있는 문화 및 창의도시 모니터링에 의하면, 문화수치가 높은 도시일수록 경제적으로 활발하다는 비슷한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데이터가 있다. 여기서 문화수치는 ‘문화적 활력’ ‘창조적 경제’와 ‘가능 환경’에 따라 측정된다. 문화적 활력은 문화 행사나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 얼마나 잘 구비돼 있는가와 그 지역주민의 문화 행사 참여도에 따라 결정된다. 창조적 경제는 창의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창출되는가를 통해 측정된다. 지적 재산권이 잘 보호되고 있는가 역시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 관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열린 사회, 지역을 국제 사회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는 훌륭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많은 국민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졌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지역에 융성한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창의적 환경이 마련되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우리 사회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관용적일까.

앞서 언급한 플로리다 교수는 마틴 경제발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연구소는 글로벌 창의성 지수(GCI)를 발표하고 있다. 2015년 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기술 면에서는 무려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인구의 창조적 재능이나 사회 관용성에서는 각각 50위와 70위에 머물면서 개선의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비율 또한 전 인구의 12.4%에 그쳐, 43.6%인 영국이나 42.7%인 프랑스, 42.25%인 핀란드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문화적 유산을 자랑하는 이탈리아(34.29%)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32.61%)과 일본(18.65%)에 비해서도 낮았다. 도시의 개발을 위해서 문화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지향적인 국가발전 정책도 좋지만, 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역 개발과 문화를 조화롭게 성장시켜 나갈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대가 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지역개발로 인한 역효과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불평등과 원 거주민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이러한 문제를 시장에 맡기는 시장주의 접근이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규제를 통해 특정 상권의 임대료를 낮게 설정하는 ‘렌트 컨트롤’이나, 세수를 높여 자본을 재분배하는 것을 지양한다. 시장에 맡겨 놓으면 된다는 이들은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언제까지나 올릴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높은 임대료로 경쟁력 있는 상인들이 빠져나가게 되면 상권이 죽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인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임대료를 자기 맘대로 올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장의 원리로 본다면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시장이 정해주는 적정 임대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임차인뿐 아니라 임대인도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비합리적 행동을 낳을 수밖에 없다.

둘째 방법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다. 이 문제를 시장 원리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러한 정보를 건물주와 임차인이 공유할 수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마다 주택이 적정 가격에 공급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만일 그 지역에서 적정 가격에 건물이나 주택이 거래 혹은 임대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가지 개입 방법은 정부가 직접 저렴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다. 플로리다 교수는 이 방법을 지지한다. 그리고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나 지역 개발을 중앙정부에서 주관하기보다는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시적인 국가경제를 담당하는 중앙정부가 아닌, 그 지역의 특성과 재정 상황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지방정부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지방정부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그 지역의 개성과 특성에 맞추어 개발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개발을 위한 청사진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결책도 중앙정부 혼자 독자적으로 끌고 나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정부 간의 업무 분화와 각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 그리고 지역 주민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개성 있는 지역문화를 창출해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순히 부의 창출을 위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역 개발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문화일보 2018년 1월 17일자 28면 11 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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