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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7일(水)
쿠르디스탄夢과 ‘친구國’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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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터키, IS격퇴되자 쿠르드 공격
접경 국가들은 독립 원치 않아
美는 러시아·이란 견제로 고민


‘쿠르드족(族)에게는 친구가 없고 산만 있다’는 쿠르드족의 슬픈 속담이 다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터키군이 ‘올리브 가지’란 명칭의 시리아 지역 쿠르드족에 대한 대대적 토벌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935명을 제거하거나 생포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YPG는 반(反)이슬람국가(IS)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IS의 상징적 수도였던 락까가 함락되는 등 IS가 대폭 위축되자, 터키가 YPG를 자국의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터키는 애초부터 IS 토벌에 소극적이었다. IS가 사라지면 그 공백을 쿠르드가 차지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군사행동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온라인을 포함한 터키 매체는 온통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으로 뒤덮이고 있다.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 실패 이후 불안정한 내정을 외부문제로 해결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에르도안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란 것이 현지 분위기다. 특히, 에르도안의 이슬람주의 성향에 반발하고 있는 세속주의 군부의 관심을 밖으로 돌린 것만으로도 그 정치적 효과가 크다. 단, 터키군 피해가 늘어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작지 않다.

미국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쿠르드는 반(反)IS 투쟁을 함께 한 ‘락까의 전우’라 강조하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쿠르드는 IS 토벌전뿐 아니라,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미군에 적극 협력했었다. 또, 최근 미국·터키 관계는 1952년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한 이후 최악이다. 에르도안 정부의 반미(反美)적 이슬람주의 움직임이 표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터키와의 관계를 끊고 쿠르드를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 터키군은 러시아의 남진과 이란의 서진을 제어할 수 있는 나토의 주요 무장력이다. 그리고 PKK 등 일부 쿠르드 단체들이 좌익 성향을 보이며 테러단체로 분류돼 있는 것도 미국의 쿠르드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란·이라크·시리아 등 주변 국가들 모두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이라크 북부에 쿠르드지방정부(KRG)가 수립된 것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터키·시리아 국경 지대 일부를 쿠르드가 장악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면 쿠르드 독립 국가인 ‘쿠르디스탄’ 건국 운동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이란·이라크·시리아가 러시아와 함께 ‘4자 고위급 안보회의’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표면상으론 IS 격퇴전을 평가하고 향후 지속적인 정보 교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미국이 쿠르드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경고였다. 쿠르디스탄 독립을 찬성·지원하는 국가는 현재 이스라엘뿐이다.

KRG는 지난해 9월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찬성 93%였다. 다음 달인 10월 이라크 정부군이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점령했다. 독립 움직임을 무력으로 막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태는 독립을 추구하던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이 퇴임하고 국민투표를 무효화함으로써 일단 수습됐다.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가 같은 시아파인 이란으로 완전히 기울 것을 우려한 미국은 KRG를 적극 설득했다.

쿠르드 인구는 3000만∼45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붕괴하면서 독립 국가 건설을 추구했다. 1920년 영국·프랑스 연합국과 오스만 제국 사이에서의 세브르조약을 통해 쿠르드 독립 국가 건설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무스타파 케말 파샤의 터키 정부가 그리스군을 격퇴하고 세브르조약 개정을 요구하면서 1923년에 새로 체결된 로잔조약으로 쿠르드 독립 약속은 지켜지지 않게 됐다. 쿠르드는 터키·아랍·이란 등 적어도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을 건설했던 민족들에 둘러싸여 있다. 또, 쿠르디스탄 지역이 바다에 인접해 있지 않다는 것도 큰 약점이다.

쿠르드는 또 버림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IS의 만행에 맞서 총을 들고 싸우던 쿠르드 여(女)전사들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쿠르드 역사는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과 민족국가(nation state)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다. 내부 문제도 만만치 않다. 터키계·이라크계·이란계·시리아계로 나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방언·부족·이념에 따라 분할 통치되는 경우가 많다. 종족(ethnic)이 아니라 민족(nation)으로서의 쿠르드로 진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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