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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7일(水)
원칙 없는 대화는 평화의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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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남북관계 개선 시도 불구하고
北‘핵·경제 병진’노선 고수
북·미 대립각은 더 첨예해져

본질 외면하고 대화만 집착
대북 원칙 스스로 훼손하면
평화체제구축 소명 못 이뤄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에 이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일정을 밝히면서 남북 관계 진전을 예측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북한 대표단을 초청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와 문 대통령의 친서를 교환하거나 북측의 방북 초청에 응하면 남북정상회담까지 직행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일 제132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회식에서 “스포츠를 통한 교류와 소통이 곧 평화라는 사실을 이제 평창이 전 세계와 인류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비상을 위해 활강해야 할 슬로프는 매끈한 평창 스키 점프대가 아니라, 예측불허의 도전적 장애물이 설치된 비공식 익스트림 경기장이다.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이란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각은 평창올림픽 이전보다 더 첨예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예고된 것이고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다. 평창올림픽 참가를 제안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평창올림픽을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의 선전장으로 활용할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민족적 대사들을…성대히 치르기 위해서라도 동결 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남측은)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한다’며 한·미군사훈련의 중단도 요구했다.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권 차원이고 따라서 핵을 보유하더라도 올림픽과 같은 국제행사에 참가하는 등 정상국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올림픽 전날 미국 본토 타격 미사일 등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을 강행할 태세이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작업을 계속하는 등 핵·경제 병진 노선에 한 치의 변화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이 같은 의도를 간파한 미국은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에는 동의했지만,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방한 기간에 탈북자를 만나 북한의 억압적 현실을 환기함으로써 북한의 평화 공세를 무력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역시 ‘압박과 관여’라는 노선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CNN방송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북·미의 외교적 전쟁을 위한 플랫폼으로 전락했으며 결과적으로 긴장은 분명히 고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흐름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물론, 수차례 밝혀온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란 원칙조차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으며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 보조를 함께 맞춰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의 묵호항 입항은 우리 정부의 5·24 조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인데도 북한의 일방적 통보를 수용했다.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 훈련을 위한 전세기 운항 역시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임을 알고도 추진했다. 이러다 보니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나라 안팎에서는 대화를 위해 한·미군사훈련의 중단 등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원칙까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 완성을 앞둔 상황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소명이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의욕이나 평화에 대한 교조적 당위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 대화를 원하지만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북한은 물론 미국 등 동맹에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북한의 전략·전술적 선택의 폭을 좁히는 동시에 우리의 핵심 전략자산인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다시 북한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원칙 없는 대화는 결코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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