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盧 뒷조사 협조’ 이현동 前국세청장 재소환

檢,대북공작금 유용혐의 추궁
국세청 간부도 협조정황 포착
박재완·장다사로는 영장 검토

검찰은 7일 이명박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 뒷조사 협조를 대가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 수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검찰은 특히 국정원과 국세청이 합작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관여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오전 이 전 청장을 불러 국정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을 받은 경위와 공작에 협조했는지 구체적으로 캐물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개입이 있었는지 추궁했다. 이날 오전 9시 55분쯤 검찰청사에 출석한 이 전 청장은 혐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청장은 지난 1일 첫 번째 소환조사 때에도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 대북공작금인지 몰랐고 뒷조사에 협조한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은 이 전 청장 외에 복수의 국세청 간부들이 국정원 공작에 협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세청 내 역외탈세 전담 부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추적에 적극 협조했다고 의심,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이었던 2010년 초에 국정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 수천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돈을 받은 이 전 청장이 2012년까지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 프로젝트 ‘데이비드슨’에 협조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국세청의 한국계 직원에게 1억 원 이상의 공작금을 건네는 데에도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전날 소환 조사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해선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2008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친이명박계 공천 관련 여론조사 명목으로 억대의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 장 전 기획관은 정무1비서관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4·13 총선에 앞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주도로 이뤄졌던 ‘진박(진짜 박근혜계)계 공천’ 여론조사와 유사한 구조라고 검찰은 판단한다. 검찰은 전날 조사에서도 특활비 수수의 ‘주범’인 이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지시하거나 관여했는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