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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태균의 푸드 X파일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7일(水)
메밀, 고혈압·당뇨병에 좋은 웰빙 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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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면 골목 어귀에서 아련히 들려오던 ‘찹쌀~떡, 메밀묵 사려!’에 등장하는 두 음식은 추억 속의 겨울 야식거리다. 찹쌀떡과 메밀묵은 소화가 잘되고 열량이 낮으면서 빈속을 채워 주기에 적당했다. 음식 재료로 메밀·찹쌀은 겨울이 제철이다. 어떤 이유로 두 음식이 ‘간식 커플’이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과거 겨울에 부녀자가 메밀묵을 추렴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방색(五方色)을 갖춘 메밀을 먹으면 아들을 잘 낳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실제로 메밀은 푸른 잎, 흰 꽃, 붉은 줄기, 노란 뿌리, 검은 열매 등 오색(五色)을 갖춰 민간에선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로 간주되기도 했다.

원산지는 동북아시아란 설이 유력하다. 한반도엔 신라 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메밀은 서민을 위한 구황(救荒)작물이었다. 메밀가루는 뜨거운 물에 타면 곧바로 먹을 수 있어 외출용 비상식량이었다. 씨를 뿌린 뒤 70일만 기다리면 거둘 수 있고, 추운 곳이나 고지에서도 잘 자라는 등 메밀은 구황작물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메밀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한 지역은 강원과 제주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봉평면이다. 강원도에선 메밀묵을 기제사의 제물로도 이용한다. 산골에선 메밀국수·메밀묵이 겨울 밤참이다. 여름엔 메밀묵을 굵게 썰어 담고 시원한 김칫국물을 부어 낸 묵사발을 즐겨 먹는다. 제주에선 더운 날씨 때문인지 메밀묵은 많이 먹지 않는다.

한방에선 오래전부터 한약재로 썼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메밀은 위를 실(實)하게 하고 기운을 돋으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없애준다”는 대목이 나온다.

‘동의보감’에는 “비장·위장에 1년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내려간다. 메밀 잎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으면 귀와 눈이 밝아진다”고 기술돼 있다. 요즘엔 미식(美食)과 웰빙 식품으로 통한다. 저열량이어서 다이어트 하는 사람의 대체 곡물로도 자주 쓰인다. 삶은 메밀국수와 메밀묵의 열량은 100g당 각각 132㎉·58㎉에 불과하다. 이 정도라면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다.

‘넘버 1’ 건강 성분은 비타민 P라고도 불리는 루틴이다. 루틴은 항산화 성분이어서 혈관에 쌓인 활성산소를 없애 혈관의 노화를 막아준다. 뇌졸중·동맥경화 환자에게 메밀이 권장되는 이유다. 루틴은 혈압도 내려준다. 몸에 염분이 쌓이고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앤지오텐신-Ⅱ(혈압을 높이는 물질)가 분비돼 혈압이 올라간다. 루틴은 바로 앤지오텐신-Ⅱ의 활성을 낮춘다. 고혈압 환자라면 메밀가루를 물에 탄 뒤 꿀을 약간 넣어 마셔도 좋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루틴이 인슐린(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생산 공장인 췌장의 활동을 도와서다. 수용성인 루틴은 메밀을 삶으면 물에 우러나온다. 이 점에서 메밀국수의 국물 등 메밀 삶은 물은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껍질 부위에 독성물질이 소량 들어 있다는 것이 약점인데, 이 독성물질의 해독제는 무다. 메밀국수·메밀냉면에 무생채나 무즙이 꼭 따라 나오는 이유다. 성질이 차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평소 몸이 찬 사람이 과다 섭취하면 설사·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반대로 속열이 많은 사람은 메밀로 열을 식힐 수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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