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생산성 빠진 일자리 대책은 연목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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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 경제학

2017년 한국 경제는 성장률 3%대를 유지하고 반도체 수요의 호황으로 인해 최대의 수출 규모를 달성하는 등 당초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무난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새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안정적 정착, 부동산 투기 억제, 청년 일자리 정책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경제학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국내의 여러 학자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와 조언을 내놨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이루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장을 법과 행정으로 규제하려는 정책으로는 단기적인 성과도 거두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과의 대결보다는 시장의 논리를 이용해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국내외 상황 속에서 경제정책이 짊어질 막중한 난제들을 안고 있는 정부와 정책 당국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이런 비판과 주장은 국내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관련 국제기관에서도 같은 제언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도 3%의 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 6%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다소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의 인상’, ‘복지 확대를 포함한 사회 지출의 증가’ 그리고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 정책만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이루고 싶은 핵심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충고를 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산성 증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 성장이 겨냥하고 있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는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재정정책은 소득 분배 등을 위한 사회정책의 확대에 지출하기보다는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돼야 하며, 통화정책은 한국 경제의 가장 무서운 위협 요소가 되고 있는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해소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정책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통상 압력이 예상 밖으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으로부터의 도전과 위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외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외부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지켜줄 수 있는 길은 산업의 생산성 개선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아픈, 그리고 가장 시급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역시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오고 있는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 없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기술 혁신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의 양성 등을 통해 생산성을 회복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경제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천적 방안은 경쟁력을 갖춘 성장에 있다.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없이는 올해의 성장률 목표 달성도, 그리고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