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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승호의 ‘운명’을 경영하라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8일(木)
꼭 써야 할 돈 안쓰고 남에게 떠넘기는 건 절약 아닌 도적… 하늘도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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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이상으로 지출을 하면 빚을 지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파탄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 살아가는 데 절약이 필요하고, 절약은 흔히 미덕으로 여겨진다. 절약만 잘해도 미래는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절약은 어느 정도 해야 할까? 절약하면 그만큼 쌓이는 것이니 많이 절약할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절약만 하다간 현재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저마다 삶의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운명과도 결부된 것이기에 쉽게 생각할 수는 없다. 예부터 ‘인색한’이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신사인 A 씨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절약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다. 연봉 1억 원이 넘는데 한 달 용돈은 20만 원이다. 정확히 그 금액이다. 그는 이 한도 내에서 한 달 생활을 꾸려나간다. 당연히 20만 원 한도가 넘으면 밥 먹고 차 마시는 것 같은 일에 남의 신세를 지게 된다. 이런 패턴이 수십 년 계속됐고, 그는 돈을 많이 모으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부자가 된 것도 아니었다. 웬일인지 날이 갈수록 돈 쓸 일이 자꾸 생겨, 나중에는 저축이 바닥났다.

언젠가 A 씨는 자신이 속한 친목회 회원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A 씨처럼 절약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인 끝에 어쩔 수 없이 A 씨가 그 돈을 지불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이 먼저 나가는 바람에 뒤처진 A 씨가 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후 A 씨는 그달 친목회비를 내지 않았다. 한 달 한계를 써버렸기 때문이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는 돈이 풍족하게 남았지만 운명은 그에게서 그 돈을 다 빼앗아가 버렸다.

▲  김승호 주역학자
돈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써야 할 때 쓰지 않으면 운명이 그것을 빼앗아가는 법이다. 또 어떤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더치페이라는 것도 못하는 사람이다. 일년 내내 오로지 남에게 신세만 지는 사람인데 돈을 제법 많이 벌고 있는 사람이다. 국가기관에서 연구하는 공학박사로서 실력도 있고 건강하며 잘생겼다. 하지만 남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돈 쓸 때가 되면 어딘가로 숨어서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1년간 지속됐을 때 늘 함께하던 지인이 말했다.

“이봐! 당신은 어째서 자기가 먹은 커피값도 못 내는 거야?” 보통 이런 말은 실례가 되기 때문에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옆에서 1년을 함께 봐 온 사람이니 화가 났을 법도 했다. 그는 대답했다. “돈이 없어요!” 그래서 논쟁이 이어졌다. “뭐? 돈이 없어! 당신이 번 돈은 다 어디 갔어?” “와이프가 돈을 안 줘요, 절약하라고.” 참으로 기가 막힌 얘기다. 이 사람 아내는 남편에게 한 달 용돈을 한 푼도 안 주는 것이다. 나도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데 그는 정말로 지독했다. 하지만 아내에게 칭찬받으며 살 것이다.

절약이란 대개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가급적 안 쓰거나 아예 안 쓰는 것이다. 이럴 때 피해는 남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절약이 미덕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안 쓰는 것이지, 남에게 꼭 써야 할 돈을 안 쓰면 미덕이 아니다. 이런 사람은 도적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안 쓰기 위해 남에게 교묘히 떠넘기는 것이니 실은 도적보다 더 나쁜 사람이다. 이렇게 해서 쌓인 돈이 운명에 득이 될 리 없다. 이 문제는 뒤에 가서 상세히 논의하게 되겠지만 당장 알아야 할 것은 비겁하게 절약하는 것은 하늘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평생 도적질(절약)을 한 사람이 어떻게 행복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주역의 관점에서 얘기하면 산풍고(山風蠱)라고 하는데 이는 서서히 붕괴된다는 뜻이다. 절약을 ‘잔인’하게 하면 절약이라 말하지 않고 배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 몰래 남이 쓰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운명이 견고할 수가 없다.

주역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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