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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8일(木)
호모 헌드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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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과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100세를 넘는 신인류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의 시대가 오는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간 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늘리는 ‘과학 불로초’를 찾는 벤처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장수(長壽)산업’ 벤처들은 “인간의 수명은 한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100세는 기본이고 150세까지도 가능하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노화 세포 제거·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D 프린터로 장기(臟器)를 만들어 자동차 부품 갈듯이 노화하거나 병든 장기를 교체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미 노화 억제 효과가 있다는 약이 일부 시판되기 시작했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운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으려 했으나 결국 만 50세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서양에서 최고의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으로 여기는 솔로몬 왕도 죽음 앞에서 허무를 맛보며, 구약 전도서에 세상의 모든 것은 헛된 것이란 말을 되풀이 적었다. 그런데 진시황도, 솔로몬도 못 누린 영생(永生)을 추구하는 산업이 현실화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의 호모사피엔스가 전쟁·질병·죽음을 극복한 신적 존재인 ‘호모 데우스(home deus)’로 진화할 것이란 파격적 주장을 내놓는 유발 하라리 같은 학자도 나왔다.

이러한 인류 진보에 대한 낙관론은 제1차 세계화 시기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도 유행한 바 있다. 인간의 합리성 발달로 영구 평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과학으로 기근과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의 참혹한 파괴와 파시즘·공산주의 만행으로 인류의 무한한 발전에 대한 신념은 다시 흔들렸다.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바벨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화 시기가 도래하고 인공지능(AI) 및 생명 공학이 발전하면서 또다시 인류 낙관론이 대두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과 인간 본성의 진화가 일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또,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묘사된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거대담론을 펼치지 않더라도, 기본적 노후대책조차 준비 안 된 이에겐 축복일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수 산업이 미래의 주요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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