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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8일(木)
개헌, 권력구조 개편 合意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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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대통령직선제와 장기집권 차단
現 헌법은 1987 시대정신 반영
대통령制 아닌 대통령‘중심’제

권한分散 합의해야 신속 진행
개헌안 公布 즉시 시행 바람직
청와대는 이 부분도 결단해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헌법 개정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合意)하지 못한다면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도 국민투표에 회부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개헌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함에 따라 야당도 바빠지게 됐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이 국회의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의 논의 일정에 합의하면서 국회 차원의 개헌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30년이 된 현행 헌법은 국민의 요구로 개정된 민주화의 산물이다. 1987년 당시 국민의 요구는 대통령직선제와 장기집권의 차단이었고, 이로 인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정부 형태로 한 9차 개정 헌법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가 대부분 집권세력에 의한 장기집권 시도였다는 점에서 현행 헌법이 갖는 의미는 크다. 국민의 저항권 행사로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개헌은 집권세력의 임기연장 장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 아래서 여러 차례 대통령 선거가 순조롭게 치러졌고 정권교체도 이뤄졌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권한집중형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2000년대 초반부터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개헌 논의는 주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分散)시키는 정부 형태의 개정에 관한 것이었다. 이러한 학계의 개헌 논의는 정치권에 파급됐고, 제18대 국회는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권력구조에서 제1안을 이원정부제, 제2안을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제19대 국회에서 구성됐던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권력구조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이런 국회의 움직임은 20대 국회에서도 계속돼 헌법개정특별위가 구성됐고 개헌 초안이 만들어졌다.

현행 헌법상 개헌 절차를 보면 개헌안은 대통령도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가 개헌안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국회가 강력한 개헌 의지를 갖고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는 그동안 개헌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논의도 계속 진행해 왔다. 이제 헌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국회가 해야 할 때가 왔다. 더구나 정부·여당이 개헌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가의 기본법을 다시 한 번 정비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개헌 논의를 보면 헌법전문과 총강, 기본권과 경제질서 등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내용이 나와 있는데, 권력구조나 정부 형태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이 없다. 여당의 개헌 당론에도 4년 중임의 대통령 임기에 관한 내용만 나와 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제의 문제는 5년 단임제보다는, 집중된 권한의 분산이다. 현 정부 형태를 많은 사람이 대통령제라고 하지 않고 대통령중심제라고 하는 것도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정부 형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은 권력구조만 중요한 게 아니다. 헌법은 모든 조항이 동등하고 우열을 가릴 수 없으므로 개헌 논의는 헌법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만 개헌 논의는 논란이 많은 권력구조부터 합의해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개헌 논의에서 권력구조 개편에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현행 헌법을 보면 헌법 개정안은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공포(公布)해야 한다. 현행 헌법에는 공포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하지 않고 부칙에 새 정부 구성 시기를 고려해 효력 시기를 정했다. 헌법에 효력 발생 시기를 부칙에 정할 수 있다고 해도, 그동안 개정 헌법 대부분은 공포 즉시 효력을 발생하도록 했다. 이는 개정 헌법이 이른 시기에 효력이 발생해야 헌법 현실과 헌법 규범 간의 괴리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개헌안처럼 4년 중임 대통령제든 이원정부제든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를 바꾸면, 현 정부는 헌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현 정부는 개헌 논의에서 이런 점까지 고려해 결단을 내릴 수 있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헌법 전반에 걸쳐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개헌이 된다면 이상적이다. 그렇지만 개헌 논의가 권력구조의 개편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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