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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8일(木)
평창 2018, 평창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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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50년 전 일이다. 1968년 “박정희의 목을 따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된 31명의 무장 게릴라가 청와대 앞까지 진격해 시가전을 벌였다. ‘1·21사태’다. 승무원 83명을 태운 미국의 정보수집함이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에 나포된 일도 그해 벌어졌다.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이다. 그해 말 동해안에 북 특수부대원 120명이 침투했고, 우리 군·경에 쫓긴 잔병(殘兵)들이 강원도 평창의 민가를 습격해 일가족 4명을 참살(慘殺)한 사건도 있었다.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했다는 이유로 12월 9일 자신의 생일날 입부터 귀밑까지 대검에 찢겨 죽어간 소년 이승복도 희생자 중 한 명이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은 ‘이승복 사건’이 일어난 지 반(半)백 년이 되는 해이다.

1990년대 들어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기관에서 이승복 사건을 ‘조작된 신화’라고 선전한 뒤 이 사건은 교과서에서 지워졌다. 소년의 이야기가 더 이상 입에 오르내리지 않던 시절 ‘대한민국 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 영관장교 연합회’ 회원들만이 ‘평창 1968’을 기억하고 매년 소년의 기일에 평창의 ‘이승복기념관’을 찾았다. 이들은 어린 심장마저 제물로 삼아버리는 무자비한 세습 정권의 발광(發狂)을 억제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승복 사건은 조작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건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의 일이었다. 2009년 추모식 때는 120명 남파 대원 중 한 명인 김익풍 씨가 식장에 찾아와 이승복의 형 학관 씨의 팔을 붙들고 용서를 빌었다.

평창올림픽은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가의 힘과 격에 맞게, 인류의 평화 제전답게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 남북 단일팀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체제 선전·선동의 기회로 삼으려는 북의 의도를 놓쳐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북에 많은 것을 내줬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공동 입장에 합의했고 단일팀 유니폼에서 태극기를 지웠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파기 논란을 무릅쓰고 육·해·공을 통한 이동 경로를 보장했다. 김정은의 최대 치적이라는 마식령스키장까지 날아가 1박 2일 머물면서 우리 선수들이 연습한 시간은 반나절이 안 된다. 미 NBC 방송이 ‘불량국가의 올림픽 야망’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던 강제노역의 언덕에서 대한의 ‘국대’들이 북의 선전전에 이용된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8일 평양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는 평창의 평화올림픽 슬로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열병식에 동원된 대량파괴무기들은 대한민국과 동맹국 미국을 겨냥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멘토들은 ‘우리민족끼리’ 주장에 현혹되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맞장구치고, 동맹국의 대북 견제에 야유를 보낸다.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던 김신조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변한 게 없는데 한국인의 생각만 바뀌었다”고 우려했다. ‘김일성의 혈통’이 내려온다고 들떠 있기만 할 때가 아니다. 세습 왕조의 과거와 오늘을 직시하는 정권이라면 ‘자유의 대가는 끊임없는 경계’라는 경구쯤은 품고 있어야 한다. 그게 한껏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소년과, 그 피로 물들었던 평창과, 진정한 평화올림픽을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m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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