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슐츠, 사민당 대표 내놓고 외교장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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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대연정 합의안 도출
국방, 기민 폰데어라이엔 유임
재무는 사민 슐츠 함부르크시장
사민당원 투표 내달 4일 결과
언론 “메르켈이 통 큰 양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해 기독민주당은 경제와 국방, 기독사회당은 내무, 사회민주당은 외교장관을 맡는 대연정(Grand Coalition)이 출범하게 됐다.

독일은 경제와 국방면에서는 중도우파 색채가 강해지고 외교 부문에서는 중도좌파 경향이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켈 총리의 네 번째 정부는 내달 4일 사민당 전 당원 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된 이후 3월 초 출범한다.

7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은 지난달 26일부터 본협상을 진행한 끝에 이날 177쪽에 달하는 최종 연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탄탄한 재정과 사회분야의 투자가 새 정부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사회기반시설의 현대화와 디지털화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은 내각 배분에 합의해 △기민당은 경제부와 국방부, 식품농업부, 교육부, 보건부 장관직을 △기사당은 내무부와 개발부, 교통·디지털부 장관직을 △사민당은 재무부와 외교부, 법무부, 노동부, 환경부, 가족부 장관직을 맡기로 했다. 국방장관은 기민당에서 메르켈 총리를 잇는 차세대 주자군에 속해있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유임한다. 재무장관은 사민당의 차세대 유력 주자로 꼽히는 올라프 슐츠 함부르크 시장이 맡는다. 외교장관은 애초 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던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맡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무장관직을 사민당에 내준 데 대해서 “우리는 타협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슐츠 사민당 대표는 “독일은 다시 유럽연합(EU)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연정을 어렵게 했던 쟁점들은 난민, 건강보험, 기간제 근로 문제 등이다. 난민 문제와 관련, 양측은 오는 8월부터 본국에 남아있는 난민의 가족을 한 달에 1000명씩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연간 18만~22만 명의 난민 유입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건강보험 문제에 대해 양측은 공보험과 사보험의 통합을 주장한 사민당의 의견을 반영, 이를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기간제 근로 계약 문제에 관해 양측은 현행 최대 24개월인 기간제 근로 계약 기간을 18개월로 줄이고 계약의 연장을 제한하기로 했다. 사민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기간제 계약 체결의 금지를 요구해 왔다.

정부 출범에 앞서 사민당 당원 46만3700명의 합의안 찬반 투표가 남아있다. 사민당은 오는 20일부터 내달 2일까지 투표를 실시, 4일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표에서 찬성 결론이 나면 메르켈 총리의 4기 정부는 곧바로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 내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있지만 부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날 합의에 대해 “메르켈 총리의 양보로 이뤄낸 실용적 타협안”이라고 평했다. 주요 쟁점들에서 사민당의 주장이 다수 관철된 것과 내각의 핵심인 재무장관직을 사민당에 넘기면서 메르켈 총리 측이 통 큰 양보를 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BBC는 “소수정부 출범 등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한 현실적 타협안”이라며 “양측의 이익을 위한 편의에 의한 결혼”이라고 평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