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5.28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9일(金)
물질에 취해 ‘思惟 불능’에 빠진 중국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중국 인문학자 쉬즈위안은 인도의 콜카타, 부탄의 팀푸, 이집트의 카이로 등 중국의 바깥을 여행하며, 중국을 탐구한다. 사진은 그가 유랑했던 인도 갠지즈 강가. 이봄 제공

- 한 유랑자의 세계 / 쉬즈위안 지음 / 이봄

中사회 분석·비판해온 저자
“자유·평등·박애 추구한다며
냉정·불신의 국가로 만들어”
인도 부탄 등 ‘바깥세계’서
‘대국굴기’ 이면의 진실 폭로


“나는 항상 ‘다른 곳’에 살고 있다.”

‘한 유랑자의 세계’에서 쉬즈위안(許知遠)이 말한다. 베이징(北京)에서 가장 유명한 책방 중 하나인 단샹제(單向街)의 주인이고, 또한 중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비판이 담긴 글로 유명한 미디어 실천가이기도 하다. 유랑이라면 동쪽에서 잠을 자고 서쪽에서 밥을 먹는 삶을 말한다. 공자의 경우에서 보듯이, 고향에 도무지 돌아갈 길이 없을 때 유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는 것은 떠도는 삶이 아니다. 저자는 ‘다른 곳’에서 “즐거움과 지식”을 구해 중국인들을 깨우겠다는 야심을 내비친다. 그렇다면 저자의 욕망은 ‘신사유람’에 가깝다. 저자는 고향을 버리고 세상으로 흐르지(流) 않고, 고향을 마음에 세운 채 세상을 헤엄쳐(游) 배운다.

쉬즈위안은 중국을 거대한 ‘마비 국가’로 진단한다. “두뇌와 영혼의 반신불수에 빠져 자기 생활에 대한 세계적 호기심과 탐색 능력을 상실”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오락하고 아우성”치는 “본능적 행동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사유하지 못하고 질의하지 못하는” 마비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중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고도의 감수성이 필요하다.

“중국은 도대체 어떤 모습인가? 세계는 중국이라는 거울에서 어떻게 굴절되고 있는가?” 쉬즈위안이 붙잡고 있는 두 가지 근본 질문이다. 인도의 콜카타, 부탄의 팀푸, 러시아의 모스크바, 이집트의 카이로, 프랑스의 파리 등 중국의 바깥에서 그의 사유는 끝없이 중국 내부를 소환한다. ‘바깥의 사유’, 바깥을 이용해 중국의 실상을 바라보고, 이른바 대국굴기라는 환상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폭로하겠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유, 평등, 박애를 추구한다면서 실제로는 부자유하고 불평등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냉정과 불신이 가득한 국가를 만들어놓고 말았다.”

이것이 중국의 진짜 현실이다. 저자의 어조는 무척 격렬하다. 그는 끝없이 의심한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정보사회의 진전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거대한 착각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이미 종결되고 경제에서는 자유시장이, 정치에서는 민주제가 두 축을 형성해 대대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환상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의 개혁개방이 중국의 겉모습을 바꾼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물질적 변화가 가져온 경이에 흠뻑 빠져 있을 뿐, 자유와 평등의 참뜻을 생각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쟁취한 자유의 공기를 독재의 힘이 삼켜 버리는 역사의 심연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자유에 따르는 막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회질서의 혼란을 두려워하면서 물질적 풍요라는 아편에 취해 억압된 현실을 기꺼이 맹종하고, 이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사유의 무능 상태”를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쉬즈위안은 사유의 무능이 널리 퍼져 있는 현실을 질타한다. 사람들을 잔혹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 “비극이 잊히면서 자유와 민주 같은 기본가치들이 무시되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깥을 통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유랑의 첫머리에 저자가 인도와 부탄을 배치한 것은 아주 상징적이다. 인도에는 타고르와 간디, 네루가 있다. 타고르는 영국의 식민 통치가 가져온 문명의 혜택을 누렸지만, 이익과 탐욕을 통해서만 작동하는 그 문명은 결국 타락해 거대한 공허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음을 간파해 동양정신으로써 ‘상처받은 문명’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간디는 ‘비폭력 저항’이라는 수단으로 인도를 영국에서 독립시켰고, 네루는 민주정치 체제를 확고히 함으로써 수많은 민족과 언어로 분열된 인도인들을 서로 공존하게 만들었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민주제의 승리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인 것이다.

부탄은 어떠한가. 부탄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현대화된 국가다. 1958년만 해도 부탄은 농노제에 의존하는 군주제 국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민주선거를 치르는 현대 국가로 변신했다. 하지만 물질이 정신적 가치를 압도하면서 사람들이 풍요 속의 불행에 빠진 중국이나 한국과 달리 부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에 일방적으로 매몰되지 않고, 이를 에너지로 삼아 사회 전체의 균형성장을 이루는 데 총력을 기울인 왕실 때문이다. 이들은 마침내 군주제를 스스로 폐지하고 민주선거를 실시하기까지 했다. 저자에 따르면, 부탄 왕실은 “권력을 이용해 국가 발전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으로 인한 부패를 스스로 방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저자가 중국 공산당에, 또 중국인들한테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다.

‘한 유랑자의 세계’는 ‘세계의 각성과 개인의 각성’을 함께 이루고 ‘문명의 전진과 전통의 보존’을 동시에 구하려는 동양적 소명으로 가득하다. 물질문명의 발달이 결국 ‘헬조선’으로 귀착해 버린 한국사회 역시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지 않은가. 저자의 길을 나침반 삼아 토론을 이어가면 어떨까 싶다.

장은수 출판평론가·순천향대 초빙교수
[ 많이 본 기사 ]
▶ 배우 이소연, 결혼 3년만에 이혼 절차
▶ ‘스트레이트’ “전두환 정권, 수몰 탱크 방치 3명 사망”
▶ “가정 쓰레기를 왜 현충원에”…들짐승까지 ‘어슬렁’
▶ 문재인 대통령 기다리는 김여정 부부장
▶ 文대통령, 암행경호 속 차량으로만 판문점으로 이동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경찰, 사진사 입건해 기소의견 검찰 송치…강제추행 등 혐의 서울의 한 여자대학 앞 사진관 사진사가 증명사진을 찍으러 온 손님들의 신..
mark“文대통령, 중재 또 돋보여…그물에 낀 공 빼냈다”
mark추신수, 끝내기 아치…MLB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스트레이트’ “전두환 정권, 수몰 탱크 방치 3명 사..
“가정 쓰레기를 왜 현충원에”…들짐승까지 ‘어슬렁..
트럼프 “北 경제적 위대한 나라 될것” 북미 실무회..
line
special news 배우 이소연, 결혼 3년만에 이혼 절차
배우 이소연(36)이 결혼 3년 만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이소연 소속사 킹엔터테인먼트는 “이소연이 배..

line
文대통령, 암행경호 속 차량으로만 판문점으로 이..
청와대 “남북미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연..
‘갑질’ 이명희 이사장 경찰 출석…“물의 일으켜 죄송..
photo_news
문재인 대통령 기다리는 김여정 부부장
photo_news
방탄소년단 3집, 한국가수 최초 빌보드 1위
line
[북리뷰]
illust
천재는 태어나지 않는다… 도시에 의해 길러진다
[인터넷 유머]
mark삶이란? mark술자리에서 매력적인 남자
topnew_title
number 싱가포르에 나타난 가짜 김정은 “이봐 트럼..
옥상 빨랫줄 잡고 침입, 홀로사는 여성 상대..
강남 오피스텔 입주자, 경비원 2명 흉기살해..
‘해외에 숨겨둔 재산’ 찾아라…정부 합동조사..
심석희 “폭행 2차례 더 있었다”…경찰 전 코..
hot_photo
양예원카톡 일파만파…2차가해 ..
hot_photo
도로 위에 떨어진 컨테이너 승용..
hot_photo
‘네스호 괴물의 실체, 드디어 밝혀..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