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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9일(金)
주기율표 둘러싼 ‘科學 국수주의’와 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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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과학의 가장 밑바탕 지식이 되는 원소 주기율표는 단순해 보여도 무궁무진한 과학 정보를 담고 있다. 학생 때 주기율표의 매력에 빠져 과학을 전공하게 된 과학자들도 많다고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자료사진

- 일곱 원소 이야기 / 에릭 셰리 지음, 김명남 옮김 / 궁리출판

Pa·Hf·Re·Tc·Fr·At·Pm
발견 과정서 우선권 분쟁과
118번 원소 데이터 조작까지
연구 이면의 일화 소개하며
넓고 깊은 화학의 세계 안내


“만일 언젠가 우리가 우주의 다른 문명과 교신하게 된다면, 확신컨대 두 문화가 공통으로 갖고 있을 지식 중 하나는 원소들을 정렬한 체계일 것이며 두 지적 생명체는 단박에 서로의 체계를 알아볼 것이다.”(존 엠슬리, 영국의 화학자 겸 저술가)

‘원소들을 정렬한 체계’는 우리가 대개 학창시절에 외우느라 골치깨나 아팠을 원소 주기율표(periodic table)다. 소크라테스와 동시대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가 처음 주장한 이래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원자론’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실험을 통해 과학에 수용됐다. 원소 주기율표는 현대 과학의 토대이자 상징이다. “주기율표대로 하라”는 말은 과학적 원리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말로 쓰일 정도다. 지금은 단순한 과학의 상징을 넘어 인문학자와 예술가들, 광고제작자들도 다양하게 변주해 사용한다. 특히 올해는 유엔이 정한 ‘국제 주기율표의 해’다.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든 지 꼭 150년 되는 해를 기념하는 것이다. 별별 것을 다 기념한다고 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 이학연구소가 주기율표의 113번 원소를 찾아내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으로부터 공인받고, 아사아권에서 최초로 국가명인 ‘니혼(日本)’을 따 ‘니호늄’이라는 원소 이름을 주기율표에 올린 뉴스가 떠들썩했던 것을 상기하면 된다. 노벨화학상 수상보다 훨씬 큰 과학사적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원소들은 서로 결합하고 반응하는 데 일정한 논리가 있다. 그 논리에 따라 원소들이 세로로 나열된 ‘7개 주기’와 가로로 나열된 ‘18개 족’의 격자 속에 어느 위치에 놓이는지를 도식화해놓은 것이 주기율표다. 주기율표만 이해하면 현대 물리학과 화학의 기초는 대충 갖춘 셈이다. 이를테면 화학자들은 주기율표만 보고도 118개 원소의 원자가 얼마나 큰지, 원자에서 전자 하나를 떼거나 붙이는 데 얼마나 에너지가 드는지, 금속성의 강도, 기체·고체·액체인지, 색깔, 다른 원소들과의 결합 여부까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주기율표에 관해 현존하는 가장 권위 있는 연구자인 에릭 셰리가 주기율표의 탄생부터 개념과 기본원리, 원소의 발견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우선권 분쟁과 국가 간의 국수주의적 다툼을 주기율표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일곱 가지 원소의 발견 과정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멘델레예프에 의해 처음 고안된 주기율표는 1913년 영국의 물리학자 헨리 모즐리가 원소 정렬기준으로써 원자번호가 원자량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증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무엇보다 그의 연구는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원소들 가운데(수소에서 우라늄까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원소가 일곱 개라는 걸 발견했다. 바로 그 일곱 가지 원소들, 프로탁티늄(Pa), 하프늄(Hf), 레늄(Re), 테크네튬(Tc), 프랑슘(Fr), 아스타틴(At), 프로메튬(Pm)을 발견하는 과정이 책의 주요한 내용이다.

멘델레예프가 주기율 발견자로 역사에 남았지만, 그는 여섯 발견자 중 마지막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발견자와 달리 이 표가 자연의 숨은 법칙, 즉 주기율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 끝까지 끌고 갔고, 특히 새로운 원소들의 존재를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후속연구를 이끌어 다윈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에 발견되는 일곱 원소는 모두 우선권 분쟁의 대상이었고, 나아가 대부분은 국수주의적 동기에 잠식된 분쟁이었다. 우선권을 확보하고자 과학적 발견을 위조하려는 충동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118번 원소의 합성에서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알려진 버클리의 수석 과학자는 그 일로 해고됐다.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해당 과학자의 우선권을 대신 주장하며 물고 늘어지거나, 과학 매체와 대중매체가 그들을 대신하여 싸우기도 했다. 이런 분쟁은 과학의 국수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우선권 분쟁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그는 “좋든 싫든, 종종 국수주의적 분위기까지 깔고 있는 과열된 논쟁과 기나긴 토론 역시 과학의 일부”라면서 “그 과정에 관여한 개인들에게야 괴롭겠지만 과학 지식 전체에는 오히려 유익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지식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할 뿐 보상이 이 사람에게 가느냐 저 사람에게 가느냐, 혹은 이 나라에 가느냐 저 나라에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주기율표를 이 책처럼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골치 아픈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화학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420쪽, 2만2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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