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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명작의 공간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9일(金)
나흥진 감독은 누구… ‘추격자’서 ‘황해’ ‘곡성’까지 흥행보증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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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같은 사회 담아내

나홍진(사진)은 요즘 콧수염을 기른다. 숱이 많아서 얼굴의 상당 부분을 가린다. 수염이 없을 때와 비교할 때 많이 달라 보인다. 덥수룩한 콧수염은 꽤 그를 중후하게 만든다. 나홍진은 아마도 영화를 만들면서, 대부분의 감독들처럼 영화만큼이나 자신도 거기에 걸맞게 변모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추격자’를 만들 때 나홍진은 뛰고 달리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그렇지 않았지만 본인은 경쾌했었다. 치고 빠지기에 능하고,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했으며 영화적으로 무궁무진한 아이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곡성’을 만들고 난 이후의 그는 그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깊고 무거워졌다. 내면의 심연(深淵)을 들여다본 자는 다시는 세상을 밝게 대하지 못한다. 이럴 때의 특징은 자꾸 자신을 무언가로 가리는 것인데 나홍진의 콧수염이 바로 그렇게 느껴진다.

‘추격자’로 혜성처럼 등장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홍진 역시 ‘입문’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 한양대 공예과라는 예상치 못한 전공을 했지만 졸업 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다니며 단편 여럿을 만들었다. ‘완벽한 도미요리’라는 12분짜리 단편은 그가 일찍부터 ‘엽기성’을 유희의 하나로 갖고 놀 줄 아는 인물임을 보여 준다. 이 영화 속 셰프는 완벽한 요리를 위해 자신의 눈알 하나쯤, 손가락 하나쯤 있으나 마나 한다. 완벽한 영화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걸겠다는 작가주의 감독의 심산(心算)이 느껴진다.

독을 잔뜩 묻힌 화살을 연달아 쏴대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만들지만 생각해보면 나홍진은 빠른 보폭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과작(寡作)의 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2008년 ‘추격자’ 이후 10년 동안 세 편에 머문다. 나머지는 ‘황해’와 ‘곡성’이다. 적은 편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한국에서 ‘문제적 감독’ 중 한 사람으로 뽑힌 지 오래다. 그의 영화가 우리 사회 속 ‘아우성’을 비교적 깊고, 어둡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명징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바깥의 관객, 그러니까 외국인들은 ‘곡성’을 보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다고 한다. “한국에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곡성’이 나오기 전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고 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인다. 나홍진의 영화는 그런 식이다. 나홍진 역시 그런 인물이다. 아수라의 세상을 대변하는 인물. 그래서 나홍진의 영화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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