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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9일(金)
베를린장벽 28년, 붕괴 후 28년… 경제장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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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동·서독’ 富의 불평등

구동독 지역 대기업 거의 없어
실업률 구서독보다 50% 높아
정치·경제·학계 리더 1.7% 뿐

주민들 스스로 “우린 2등 시민”
獨 유입 난민 향해 적개심으로
反난민 내세운 극우 정당 지지


길이 155㎞, 높이 3.6m의 베를린장벽은 1961년 8월 13일 세워진 뒤 1989년 11월 9일까지 동독과 서독을 갈랐다. 1만316일 동안이다. 장벽이 무너지고 또 1만316일의 시간이 흘렀다. 2018년 2월 7일, 독일은 베를린장벽이 존재했던 기간보다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의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

독일 도이체벨레(DW)방송 등 현지 언론들은 7일 “28년의 장벽 시대와 28년의 통일 시대” “하나의 도시가 된 지 1만316일이 됐다”는 제목으로 이를 기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베를린장벽은 동독 탈주자를 막으려 건설한 것으로 서베를린을 동베를린과 그 밖의 동독으로부터 분리했다. 1961년 8월 13일 만들어진 뒤 점차 이 장벽은 보강됐고 같은 해 8월 22일 장벽을 통해 동독을 탈출하려다 사망한 사건이 처음 발생한 이래 온갖 탈출 시도가 잇따르면서 붕괴 전까지 136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정확한 숫자는 불확실하지만 약 5000명의 사람이 장벽을 넘어 동독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분단과 내전의 아픔을 상징해온 이 장벽은 1989년 11월 9일 동·서독 간 자유 왕래가 허용된 뒤 차례로 붕괴됐다. 지금은 기념으로 장벽 일부만 남아 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이룬 독일은 2000년대 초반까지 실업률 상승, 재정여력 악화 등 극심한 통일 후유증을 앓으며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실업률은 1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노동 유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하르츠 개혁을 밀어붙임으로써 경제를 회복시켰다. 통일을 통해 인구 약 8000만 명의 유럽 지역 내 가장 큰 내수 시장을 갖게 된 것으로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됐다. 통일 이후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통일 직후인 1991년 약 1조8000억 달러에서 2006년 3조 달러로 뛰어올라 꾸준히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3조40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독일의 통일은 물론 유럽의 통합을 가져왔고 미국·소련 간의 냉전을 종식시킨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에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게 맞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장벽이 무너진 뒤 구 동·서독 간 경제적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비슷한 경제적 수준을 누리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물리적 장벽의 흔적은 거의 없지만 경제적 의미에서의 벽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통신이 인용한 지난해 독일 정부의 독일통일보고서에 따르면 구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여전히 구서독 지역보다 약 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동독 지역의 1인당 GDP는 구서독의 약 73%로 지난 1991년 42%에 비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격차가 있다. 구동독 지역에 주요 기업이 거의 없는 탓이다. 통일 후 급격한 사유화와 구동독 지역의 인구 유출로 분단 이전 국영기업 후신 기업 상당수가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고 일부는 사업을 위해 구서독 지역으로 이전했다.

경제적 차이는 구동독 지역 주민들의 박탈감을 불러왔고 이들은 냉소적으로 자신들을 ‘2등 시민’이라 여긴다. 칼럼니스트 마르셀 퓌르스테노이는 최근 DW 칼럼에서 “대다수의 구동독 주민들은 자신들을 2등 시민으로 느끼고 있다. 이는 구동독 지역을 대표하는 지도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장벽이 없어지고 28년이 지났음에도 구 동·서독 간 불평등이 계속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연정 출범으로 4번째 연임하게 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이고 오히려 메르켈 총리로 인해 구 동독 출신 엘리트들이 부족한 사실이 주목받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동독 출신의 정치인 토마스 크루거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엘리트 사회에서 구서독 출신의 지배는 여전히 구동독 지역 시민들로 하여금 문화적 식민주의의 희생자로 느끼게 한다”며 “이는 구동독의 주민 다수가 독일 정부, 심지어 민주주의를 믿지 않게 만든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독일 전역에서 정치·경제·학계의 리더를 맡고 있는 구동독 출신은 1.7%뿐이다. 구동독 지역의 과소대표 문제는 대정부 불신과 함께 최근 독일로 대거 유입된 난민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분출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 주의 콧부스 등 구동독 지역의 몇몇 도시들에선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 난민 추방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는 반(反)난민을 기조로 하는 AfD(독일을 위한 대안) 등 극우 정당으로의 지지로 이어진다. 지난해 총선 결과 AfD는 구동독 지역에서 22.5%의 지지를 받아 기독민주당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당이 됐다. AfD가 독일 전역에서 받은 지지율 12.6%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지지율이다. 장벽은 사라졌지만 구 동·서독 간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장벽은 엄연히 남아있으며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 구동독 지역 주민들이 통일 독일 시민이라는 심리적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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