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2.25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데스크시각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9일(金)
평창의 해빙, ‘미소’의 위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제교 국제부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방남과 예술단 공연 소식이 들리지만, 한반도 정세는 데드 엔드,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다. 8일 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가진 북한의 노동신문은 “조선인민군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강력한 핵 타격 수단들을 보유한 무적의 강군”이라고 밝혔다. 결국 핵 무력을 과시하면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거듭 천명한 셈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아니면 핵 질주 무력 저지, 양단간 결정의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평창에는 해빙(解氷)의 기류가 흐른다. 장밋빛 청사진을 품에 안은 문재인 정부는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얼마 전까지 서울과 워싱턴에 핵 위협을 가했던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의 건배사를 외치고 있다. 미소를 날리는 미녀 응원단을 대동한 오영철 북한 응원단장은 7일 환영 만찬에서 “올림픽대회는 민족 위상을 과시하고 동결되었던 북남관계를 개선해 제2의 6·15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아예 북한올림픽위원회를 민족올림픽위원회라고 부른다. 표면적으로 남북한 사이에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하지만 북한에 올림픽은 정치적 행사에 불과하다. 김일성 주석은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유고슬라비아 신문 인터뷰에서 “서울올림픽은 조선 통일과 관련된 심각한 정치적 문제다. 단순한 체육 행사가 아닌 미국의 두 개의 조선 정책 산물로서 조선의 분열을 고정화하려는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다(김일성 저작집)”고 언급했다. 흘러간 얘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김 위원장은 지금도 김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방할 정도로 북한의 시계는 과거에 멈춰 있다. 올림픽 개막식 전일의 열병식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막고, 남한에 손을 내밀어 대북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출정식 의미를 갖고 있다. 북한의 혁명은 한반도 전체가 사회주의로 붉게 물들어야 완수된다.

50년 전인 1968년 소련은 ‘프라하의 봄’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개혁파 알렉산데르 둡체크가 공산당 제1서기에 오르면서 변화의 외침이 넘쳐났지만 붉은 군대의 탱크가 바츨라프 광장으로 밀려들었다. 둡체크의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는 길바닥에 차갑게 버려졌다. 총과 칼 앞에서 자유와 평화를 향한 열망은 고개를 떨구었다. 프라하 시민들은 소련 붕괴가 시작된 1989년까지 숨죽이며 지내야 했다.

소련식 사회주의 토대 위에서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민족’은 김정은 체제의 모순을 가리는 위장막에 지나지 않는다. 불량국가, 깡패국가인 북한 내부의 자유를 향한 탈출 행렬, 민주화 의지, 3대 세습 독재의 파탄을 감추는 도구다. 움베르토 에코는 민족주의는 추방자들의 마지막 보루고, 그 정체성은 증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북한에서 민족은 사회주의 이념 최하위에 있고, 사상체계 최정점에는 수령이 있다. 개인은 혁명의 수단일 뿐이다. 대화로 북한을 개혁 개방, 민주화로 이끈다는 사고는 너무나 가벼운 판단이다. 평창의 봄이 인간의 자유와 평화를 억압하는 체제를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면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핵 무력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그런 평창의 해빙은 위선(僞善)이다.

jklee@
e-mail 이제교 기자 / 국제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학생 성추행’ 한명구 “뼈저리게 반성”…교수직 사퇴
▶ “신인 개그우먼에 장기자랑 시키며 옷 벗게 했다”
▶ 여자컬링 김영미 “국민 이름 영미, 개명하려 했다”
▶ 자유한국당 “김영철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분통
▶ 곽도원 “‘미투’ 지목 배우?…전혀 사실무근”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재직 중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연극배우 한명구(57)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한명구는 25일 발표한..
mark‘영미’부터 ‘안경선배’까지…한반도를 들썩인 컬링 동화
mark한국, 6개 종목서 역대 최다 메달 17개로 화려한 피날레
김어준 “‘미투’, 공작의 사고로 보면…” 발언에 정치..
한국, 종합 7위 확정…6개 종목서 역대 최다 메달 ..
검찰, MB 아들 이시형 비공개 소환··· MB 조사 임박..
line
special news 곽도원 “‘미투’ 지목 배우?…전혀 사실무근”
배우 곽도원이 ‘미투’ 폭로글 논란에 휩싸이자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했다.25일 영화계에 따르면 전..

line
남북미중, 폐회식서도 ‘VIP박스’ 한자리에 앉는다
자유한국당 “김영철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분통
천주교 수원교구 “성 추문 사죄…사제단 쇄신할 것..
photo_news
여자컬링 김영미 “국민 이름 영미, 개명하려 했..
photo_news
‘성추문’ 조재현 “잘못 살았고 잘못 행동… 머리..
line
[북리뷰]
illust
‘權力의 함정’에 무너진 일인자들
[인터넷 유머]
mark채변봉투 mark치매 진단 질문
topnew_title
number 한양대 ‘교수 성희롱 폭로’ 조사 착수…피해..
“송금 안 하면 가족살해” 협박편지 아파트에..
“신인 개그우먼에 장기자랑 시키며 옷 벗게..
‘성추문’ 윤호진 연출 공식 사과…“거취 등 엄..
김정숙 여사, 이방카에게 직접 디자인한 ‘비..
hot_photo
사진 찍는 ‘김정숙 여사와 이방카..
hot_photo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경례
hot_photo
김아랑 ‘세월호 리본 질문’에 참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