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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09일(金)
평창의 해빙, ‘미소’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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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방남과 예술단 공연 소식이 들리지만, 한반도 정세는 데드 엔드,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다. 8일 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가진 북한의 노동신문은 “조선인민군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강력한 핵 타격 수단들을 보유한 무적의 강군”이라고 밝혔다. 결국 핵 무력을 과시하면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거듭 천명한 셈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아니면 핵 질주 무력 저지, 양단간 결정의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평창에는 해빙(解氷)의 기류가 흐른다. 장밋빛 청사진을 품에 안은 문재인 정부는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얼마 전까지 서울과 워싱턴에 핵 위협을 가했던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의 건배사를 외치고 있다. 미소를 날리는 미녀 응원단을 대동한 오영철 북한 응원단장은 7일 환영 만찬에서 “올림픽대회는 민족 위상을 과시하고 동결되었던 북남관계를 개선해 제2의 6·15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아예 북한올림픽위원회를 민족올림픽위원회라고 부른다. 표면적으로 남북한 사이에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하지만 북한에 올림픽은 정치적 행사에 불과하다. 김일성 주석은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유고슬라비아 신문 인터뷰에서 “서울올림픽은 조선 통일과 관련된 심각한 정치적 문제다. 단순한 체육 행사가 아닌 미국의 두 개의 조선 정책 산물로서 조선의 분열을 고정화하려는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다(김일성 저작집)”고 언급했다. 흘러간 얘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김 위원장은 지금도 김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방할 정도로 북한의 시계는 과거에 멈춰 있다. 올림픽 개막식 전일의 열병식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막고, 남한에 손을 내밀어 대북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출정식 의미를 갖고 있다. 북한의 혁명은 한반도 전체가 사회주의로 붉게 물들어야 완수된다.

50년 전인 1968년 소련은 ‘프라하의 봄’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개혁파 알렉산데르 둡체크가 공산당 제1서기에 오르면서 변화의 외침이 넘쳐났지만 붉은 군대의 탱크가 바츨라프 광장으로 밀려들었다. 둡체크의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는 길바닥에 차갑게 버려졌다. 총과 칼 앞에서 자유와 평화를 향한 열망은 고개를 떨구었다. 프라하 시민들은 소련 붕괴가 시작된 1989년까지 숨죽이며 지내야 했다.

소련식 사회주의 토대 위에서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민족’은 김정은 체제의 모순을 가리는 위장막에 지나지 않는다. 불량국가, 깡패국가인 북한 내부의 자유를 향한 탈출 행렬, 민주화 의지, 3대 세습 독재의 파탄을 감추는 도구다. 움베르토 에코는 민족주의는 추방자들의 마지막 보루고, 그 정체성은 증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북한에서 민족은 사회주의 이념 최하위에 있고, 사상체계 최정점에는 수령이 있다. 개인은 혁명의 수단일 뿐이다. 대화로 북한을 개혁 개방, 민주화로 이끈다는 사고는 너무나 가벼운 판단이다. 평창의 봄이 인간의 자유와 평화를 억압하는 체제를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면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핵 무력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그런 평창의 해빙은 위선(僞善)이다.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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