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0명중 7명 “직장내 괴롭힘 당한 경험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발표
“문제제기 소용없었다” 53.9%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0% 이상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타인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상사 등에게 괴롭힘을 당했더라도 대부분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제기했다가 되레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리는 ‘직장 내 괴롭힘 실태 파악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앞두고 12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가 인권위 의뢰를 받아 지난해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만 20세 이상 남녀 근로자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73.3%가 최근 1년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양태(복수 응답)로는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부당하게 낮게 평가(43.9%) △출근 전후나 휴일 등 업무 시간 외에 업무 관련 대화(37.7%)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한 의견을 무시당한 사례(36.7%) 등으로 나타났다.

직장 괴롭힘을 당하고도 피해자의 60.3%는 ‘특별히 대처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용기를 내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경우에도, ‘아무 일(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는 53.9%에 달했다.

심지어 31.1%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신고했다가 ‘오히려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비난을 받았다(29.5%)’거나, ‘악의적인 소문에 시달렸다(26.9%)’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이 낮고 직장의 대응도 미비하다”며 “상담 및 고충 처리절차를 확충하고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