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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2일(月)
의상대사 유혹했던 선묘… 龍으로 변해 귀국길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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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교토의 유명한 사찰인 고잔지(高山寺)가 소장한 두루마리 그림 ‘화엄종조사회전’ 중 일부. 의상과 선묘의 첫 만남을 그렸다. 자료사진

■ 중국여인과 ‘애틋한 思慕’

자신의 잘못 뉘우치고 佛法 귀의
법복 전하려는 간절한 마음 무산


669년, 의상 대사는 원효 대사와 함께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중국 등주(登州)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구도(求道)의 길이 쉽지만은 않은 것. 이후 이국땅에서 걸식하면서 힘들게 지내게 됐다. 한참을 고생하며 지내던 중, 다행히 불교 신자의 호의로 숙식을 제공받게 되면서 이 전설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에 살던 선묘(善妙)라는 아가씨가 의상의 준수한 용모에 반해 연정을 품은 것이다.

선묘는 의상을 유혹하며 말한다. “법사님, 깨끗하고 고귀한 그 공덕을 떠받고 공경하지만 저의 욕심을 자제할 수가 없습니다. 법사님을 뵙는 순간 제 마음이 순식간에 움직였습니다. 바라옵건대 자비를 베푸셔서 저의 망정을 이루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의상은 흔들리지 않았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처한다. “저는 계율을 지키기 위해 신명을 바쳤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어서 중생을 구제하고 색욕의 세계는 벗어난 지 오래됐습니다. 낭자는 저를 원망하지 마시고 저의 공덕을 믿으셔야 합니다.” 이에 선묘는 감동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후 불법에 귀의했다.

의상은 다시 서쪽으로 당의 수도 장안(長安)까지 가서 지엄(至嚴·602~668)의 문하에서 8년간 열심히 공부해 마침내 수제자로 인정받는다. 공부를 마치자 의상은 신라의 불교를 진흥시키기 위해 귀국을 결심하고 다시 등주로 돌아왔다. 그런데 등주에 도착한 의상은 웬일인지 바로 승선하지 않고 주위를 배회했다. 의상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선묘가 보고 싶었던 것일까? 선묘 역시 의상의 법복을 만들어 놓고 재회를 기다려 왔다. 선묘는 의상에 대한 망상은 버렸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의상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함께 지낼 수 없다면 손수 만든 법복을 입혀 마음이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애틋함이 있었다. 이러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 엇갈려 끝내 만나지 못했다. 의상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선묘가 해안가로 줄달음쳐 왔을 때, 의상이 탄 배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 선묘는 주저하지 않고 부처님께 서원한 뒤, 옷자락을 잡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 이때 바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선묘가 커다란 용으로 변해, 배를 받치고 지지하면서 항로를 이탈하면 부드럽게 틀어주고, 해적이 나타나면 뛰어올라 물리치면서 의상이 무사히 신라에 돌아갈 수 있게 지켰다. 당시에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용으로 변신한 선묘의 이야기는 위험한 여행을 다녀야 했던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과 소망을 반영한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의상에 관한 초기 기록은 대부분 사라졌고 삼국유사에 기록된 의상의 전기 역시 소략하다. 의상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을 우려했는지 선묘는 아예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 선묘는 어떤 여자였을까? 선묘의 존재를 부정하는 학자도 있지만 실존 인물에 설화적 요소가 가미된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존 인물이었다면 의상을 돌보아준 후견인의 딸이거나 시녀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실존 여부에 대한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 귀공자 같은 외모를 가진 의상이 외국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을 때 이에 반한 현지 여인이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상은 선묘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 역시 구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영정 속 의상 대사는 원효의 낡은 법복과 한눈에 구별되는 품격 있는 법복을 입고 있다. 혹시 선묘가 만들었다는 그 법복이 아닐까?

신정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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